2009년 3월 12일 목요일

지겹다, 감기.

일주일 전 부터 조짐이 있었는데 그걸 모르고 어쩐지 추위를 좀 더 타게 되었나보다, 하고 말았었다.

어김없이 지독한 감기 몸살에 걸렸다. 온몸에 쉬지 않고 통증이 느껴져 견딜 수 없었다.
결국 하루 종일 드러누워 신음을 하다가, 아내가 사다준 약을 먹고 다시 쓰러져 자다가... 한밤중에 결국 일어나 죽을 얻어먹고 정신을 차렸다.
극심한 두통 때문에 눈썹 사이에 주름이 더 선명하게 패일 지경이었다.
왜 걸핏하면 감기로 고생인 것일까. 이 홈페이지의 검색란에 '감기'를 입력해보니 감기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글과 댓글만 해도 수 십여개였다.

전에는 감기를 앓느라 끙끙대고 있으면 고양이가 다가와 핥아주기도 하고 곁에 앉아서 지켜봐주기도 했었는데, 오늘은 자기들끼리 노느라 바빠서 나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밟고 뛰어간 놈은 누구였을까.

아직도 두통과 열이 심하다.
내일 공연은 타이레놀의 힘으로 버틸 듯.



,

2009년 3월 1일 일요일

클럽데이 공연 리허설.


클럽데이 공연을 위해 프리버드에 갔다.
붐비는 거리, 주차할 곳이 없어서 멀리 떨어진 곳에 오천원을 주고 주차를 했다. 덕분에 무거운 짐을 들고 한참을 걸었다.
프리버드의 무대가 클럽 모퉁이 구석에 있었던 시절, 무대 바닥이 푹신했던 옛날이 있었다.
그곳에서 연주할 때엔 바닥이 푹신해서 연주하기 어렵다고 불평했던 기타리스트가 생각났다.  그런데 그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제는 무대가 넓고 딱딱하다.
그게 그렇게 오래 전의 일이었나 싶었다.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했지만, 합주실에서 해야할 일을 리허설 시간에 하고 있는 어떤 밴드 때문에 한 시간이나 더 기다려야했다. 남을 생각지 않는 것을 멋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 그들 때문에 이른 시간에 도착하여 겨우 사운드체크만 해야 했던 친구의 팀과 우리들은 리허설을 겨우 마치고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렸다.


그래서 표정도 모두 지친 표정들.


,

고양이 식구들.


열 세살 고양이 에기. 제일 어른 고양이이다.
새 발톱긁개를 배송받고 좋아하고 있었다.



다섯 살 고양이 순이. 순이는 자주 전등 아래에 앉아 명상에 잠기고는 한다.


한 살 조금 넘은, 심심한 것을 굶는 것 만큼 싫어하는 막내 고양이 꼼.
정말 개구장이 짓을 일삼고 있다.

얘들을 언젠가 나란히 앉혀놓고 사진을 한 장 찍고 싶어하고 있는데,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

시작하는 사람들.


클럽 공연을 마치고 전화기에 문자메세지가 와있는 것을 보았다. 
한 학생이 모대학교의 최종발표에서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두 세달에 걸친 실용음악과 입시기간동안 스트레스에 치였을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축하 메세지를 보내주고 내 악기를 챙기며 시끄러운 소음이 가득한 클럽 안을 둘러보았다. 땀을 흘리며 연주하고 있는 친구들과 그들을 지켜보며 흔들거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기이하고 고약한 공교육의 틀 안에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며 분투했던 어린 학생들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지금 무대 위에서 저렇게 좋은 연주를 하고 있는 내 친구들은 나처럼 아무도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다. 실용음악과를 수강하지 않아야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그런 힘든 입시를 치르며 입학을 하여야 좋은 연주자가 되는 것만도 아니다.
올해에도 어쩌다보니 내가 맡았던 학생들이 모두 진학을 하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축하하는 마음을 보냈다. 부디 그들이 음악 앞에서 겸손했던 이 시절을 잊지 않으며 더 많은 경험을 해나아가기를 바랐다.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십대의 시절을 열심히 보냈던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하다고도 생각했다.


다음 주 부터 시작되는 학교의 개강. 수업을 통해 하고 싶은 것들의 생각은 많은데, 과연 얼마나 현실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악기를 쥐고 연습하면서도 십대엔 진학을 걱정하고 진학과 동시에 취업을 걱정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나이든 사람으로서, 미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