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1일 일요일

시작하는 사람들.


클럽 공연을 마치고 전화기에 문자메세지가 와있는 것을 보았다. 
한 학생이 모대학교의 최종발표에서 합격했다는 소식이었다. 두 세달에 걸친 실용음악과 입시기간동안 스트레스에 치였을 그의 얼굴이 떠올랐다. 축하 메세지를 보내주고 내 악기를 챙기며 시끄러운 소음이 가득한 클럽 안을 둘러보았다. 땀을 흘리며 연주하고 있는 친구들과 그들을 지켜보며 흔들거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기이하고 고약한 공교육의 틀 안에서,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며 분투했던 어린 학생들이 불쌍하게 여겨졌다. 지금 무대 위에서 저렇게 좋은 연주를 하고 있는 내 친구들은 나처럼 아무도 음악을 전공하지 않았다. 실용음악과를 수강하지 않아야 음악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아니지만, 그런 힘든 입시를 치르며 입학을 하여야 좋은 연주자가 되는 것만도 아니다.
올해에도 어쩌다보니 내가 맡았던 학생들이 모두 진학을 하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축하하는 마음을 보냈다. 부디 그들이 음악 앞에서 겸손했던 이 시절을 잊지 않으며 더 많은 경험을 해나아가기를 바랐다.
자신의 꿈을 발견하고 십대의 시절을 열심히 보냈던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하다고도 생각했다.


다음 주 부터 시작되는 학교의 개강. 수업을 통해 하고 싶은 것들의 생각은 많은데, 과연 얼마나 현실화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악기를 쥐고 연습하면서도 십대엔 진학을 걱정하고 진학과 동시에 취업을 걱정하는 학생들에게 나는 나이든 사람으로서,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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