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31일 수요일

주말의 공연.


어제밤 마지막 총연습을 했는데,
매우 신경이 날카롭게 되어버렸다.
공연을 앞둔 이틀은 그냥 쉬자, 라고 하신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분의 생각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나는 내멋대로 총연습을 끝으로 이제 주말에 있을 공연은 다 끝나버린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공연장에서는, 이제 즐길 수 있도록 기분을 만들면 될 일. 소박하게 바란다면, 작년보다 더 즐겁게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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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7일 토요일

1918 ~ 2006, 할머니.

오후 세 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영안실에 도착했을때, 아버지의 얼굴을 피했다.
어쩐지, 정면으로 마주볼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1918년생이셨고, 90세를 한 해 앞두고 떠나셨다.
큰 공연이 임박하여, 내일의 리허설은 반드시 참여해야한다.
그래서 새벽에, 아버지와 그의 형제분들만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악기를 챙겨서 다시 장례식장에 들렀다가, 연주하러 가면될 일이다.
이런 일은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오래전부터 죽음을 대하는 태도도 나에겐 자연스럽다.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것은 살아있는 이들의 거짓된 행동, 이기, 기만의 모습들.
밤중에 영안실에서 동생이 문득 해줬던 이야기, "죽은 이의 표정이란 것은, 그의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인것 같아."
정말 그렇구나.
이문동에 사실적에, 일곱살이었던 나에게 매듭을 묶는 법을 일러주셨던 오후가 생각이 났었다.
그 장면이 오래도록 남아있다. 왜그런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내 할머니, 안녕.
당신은 모르셨겠지만, 저는 늘 고마왔습니다. 특별한 몇 가지의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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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14일 일요일

봄날이 지루했다.

꽃이나 보며 어딘가 걸터 앉아 있었으면 좋겠다.
손가락이 부어있어서 아프지는 않지만 불편하다. 소란한 소리, 귀찮은 일들이 없는 곳에 며칠 다녀오고 싶어졌다. 하지만 역시 아무데도 못가겠지.

나이가 몇이든간에 스스로 예쁘장하다고 믿으며 사는 여자아이들, 자신에 대한 이성의 반응은 이변이 없는한 언제나 호의적일 것임을, 좀처럼 의심하지 못하는 사람들...
에구... 초라하다.
시들면 뽑혀질 꽃이 되려고만 하지말고, 그윽해져볼 생각들좀 하지. 화장하는 법보다 그런것을 익혀볼 마음은 언제 가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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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9일 화요일

고양이 빗질.


가능하면 순이를 하루에 한 번씩 빗질을 해준다.
털이 아주 많이 빠진다.
고양이이니까.
바쁘거나 귀찮아서 며칠을 넘겨버리면 정말 많은 양의 고양이 털을 가질 수 있다.
어릴 적에 읽었던 소설 중에, 왜 그게 인상깊게 남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양이 털이 수북하게 실공처럼 모여져있는 것을 볼 때 마다 희랍인 조르바의 베개가 연상된다.
좀... 더러운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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