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5월 27일 토요일

1918 ~ 2006, 할머니.

오후 세 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영안실에 도착했을때, 아버지의 얼굴을 피했다.
어쩐지, 정면으로 마주볼 수가 없었다.
할머니는 1918년생이셨고, 90세를 한 해 앞두고 떠나셨다.
큰 공연이 임박하여, 내일의 리허설은 반드시 참여해야한다.
그래서 새벽에, 아버지와 그의 형제분들만 남겨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악기를 챙겨서 다시 장례식장에 들렀다가, 연주하러 가면될 일이다.
이런 일은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오래전부터 죽음을 대하는 태도도 나에겐 자연스럽다.
너무나 부자연스러운 것은 살아있는 이들의 거짓된 행동, 이기, 기만의 모습들.
밤중에 영안실에서 동생이 문득 해줬던 이야기, "죽은 이의 표정이란 것은, 그의 뒤에 남겨진 사람들의 모습인것 같아."
정말 그렇구나.
이문동에 사실적에, 일곱살이었던 나에게 매듭을 묶는 법을 일러주셨던 오후가 생각이 났었다.
그 장면이 오래도록 남아있다. 왜그런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고.
내 할머니, 안녕.
당신은 모르셨겠지만, 저는 늘 고마왔습니다. 특별한 몇 가지의 이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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