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5일 토요일

성주에서 공연.


매우 잠이 부족했던 하루였다.
공연 시작 5분전까지 몸이 무겁고 계속 졸음이 쏟아졌다.
처음 몇 곡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곡들이어서 나는 연주하며 잠들 뻔했다.
덥고 눅눅했던 여름날이었다. 무대 위와 대기실에는 에어컨이 충분히 가동되고 있었다. 아마 적당한 실내온도와 조명의 따스함 때문에 잠을 쫓기 힘들었나 보다.

이 날은 계속 졸리운 상태로 공연을 마치고 빗길을 약 백여 킬로미터 운전했다. 휴게소에 들러 진한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에서 찬물로 세수를 했다. 남았던 구간은 함께 차를 타고 갔던 윤기형님이 운전을 해주신 덕분에 안전하게 집에 돌아올 수 있었다.




.

2017년 7월 13일 목요일

한가로왔다.


약속이 없는 날이었다.
달력을 보면서 오늘이 아니면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자동차의 엔진오일을 교환하고 동네 도서관에 가서 회원등록을 했다. 사진을 준비해갔어야 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그곳 직원분 컴퓨터에 연결되어 있는, 최소 9년 전 모델로 보이는 로지텍 웹캠으로 사진을 찍어 회원증을 만들게 되었다. 정말 못생긴 남자 얼굴이 그 카드에 박혀 있게 되었다.
자동차의 내부세차를 했다. 세차장에는 못된 인상을 한 중년 여자 한 명이 세차일을 하는 노인들에게 고압적인 언행을 하고 있었다. 하필 듣고 있던 음악이 끝나버려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있었는데도 그 소리를 다 듣고 말았다. 더위 속에서 땀을 줄줄 흘리던 노인들은 성가시고 귀찮은 표정조차 없었다. 가능한 요구하는 것을 어서 해주고 돌려보내고 싶어했던 것 같았다.
그 여자와 같은 인생은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스스로가 많이 아픈줄을 모르고 숨 쉬며 살고 있다니, 어쩌면 괜찮은 삶이다.

근처에는 나무에 가는 끈으로 묶여있는 의자가 있었다. 아마도 일하는 노인들이 가끔 앉아 쉬는 곳인 것 같았다. 나는 그곳에 앉아 더운 바람을 쐬었다. 모처럼 한가로왔던 오후였다. 이어폰은 가방 안에 넣어두고 잠시 더 앉아 있었다. 지나는 자동차들의 소음과 가끔씩 빼액 하고 비명처럼 노래하는 새소리들이 들렸다.


.

2017년 7월 12일 수요일

검은 고양이와 나.



오전에 잠에서 깨어나 게으름을 피우며 전화기를 들여다 보고 있는 동안, 아내가 이 사진을 찍어줬다.
검은 고양이 깜이는 덥고 재미도 없을텐데 자주 내 곁에서 시간을 보낸다.
바보스러운 얼굴과 표정이 우스워서 사진과 실물을 번갈아 쳐다 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얘는 지금도 내 의자 옆에서 불편하게 졸고 있는 중이다.
왜 이러는걸까.

.

2017년 7월 11일 화요일

농활.


볕이 뜨겁다.
오후에 서둘러 일을 하면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어림도 없다.
올 여름에 나와 아내는 일주일에 하루, 이틀씩 시골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물 한 말에 살충제 한 뚜껑, 무슨 첨가제 반 뚜껑이라고 하는 식으로 섞어 농약도 뿌리고 심어 놓은 나무와 농작물들 사이에서 일을 한다. 역시 어줍잖고, 어림도 없다.
아내는 나보다 농촌생활에 훨씬 적응력이 높다. 많은 풀과 꽃의 이름들을 어떻게 알고 있는지 신기했다.
사실은 부모님 두 분을 위한 노력봉사로 시작했던 일이었다. 힘들다. 그날 하루를 전부 소모해야 하는 것도 부담이다. 무엇보다 손가락의 통증이 낫지 않아서 밭일을 마친 후 다음날에는 악기연습을 처음부터 천천히 다시 해본다.
이 날엔 가족들과 점심으로 두부와 묵밥을 먹었다.
조용한 산 밑에서 새들의 소리를 듣는 것이 좋았다.
낮에 햇빛이 내리쬘 때엔 현기증을 느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그만 축 늘어져 몇 시간 동안 잠을 잘 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