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7월 19일 화요일

강릉, 강문, 초당동


 집을 떠나 호텔에서 하루 머무는 일정이 정해졌을 때 당연히 공책과 펜을 가지고 가기로 마음 먹었다. 숙소에 머물러야 하는 시간이 길었기 때문에 그것들을 가져가지 않았더라면 후회할 뻔 했다.

장거리 운전과 긴 리허설 때문에 피곤했었는데도 호텔 방 안의 책상에서 글을 쓸 때 눈이 아프지 않았다. 책상용 스탠드 조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지금 내 방에서는 밝게 불을 켜놓아도 그림자가 생기고, 한 두 장 종이를 채우면 눈물이 나며 눈이 따갑고 아프다. 밝기와 빛의 색이 괜찮은 조명 한 개를 사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에서 내다 보이던 풍경은 넓은 논이었고 해송들이 군데 군데 모여 앉아 있었다. 어릴 적부터 그곳에서 그 소나무들을 보아왔는데, 언제나 흐트러진 차림으로 기대거나 앉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강릉이라면 바다 보다도 늘 소나무들이 좋았었다.

지금은 잘 포장된 도로가 길게 늘어져 있어서 옛날의 해변 모습은 아니지만 나는 그곳을 한 여름에 맨발로 걸어다니기도 했었다. 바다에서 나와서 대충 샤워장 물을 끼얹고, 젖은 옷과 몸 그대로 호수를 끼고 돌아 걸으면 한 여름 볕과 바닷가 바람에 어느새 옷이 바짝 말라 있었다. 높은 방에서 창 밖을 내려다 보다가, 대충 육십여년 전에 저 길을 걷고 있었을 내 아버지를 한 번 상상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