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18일 화요일

이탈리아 방식

이 만년필을 쓴지 한 달째 되었는데, 트림 링의 도금이 닳아서 벗겨져 있는 것을 알았다. 손가락이 닿는 부분이 다 벗겨졌고 맞은 편도 마찬가지인 상태다. 처음 사본 이탈리아 펜은 처음 쓸 때부터 일관되게 웃겼다. 잔뜩 멋을 부렸는데 허술한 것이 한 두개가 아니었다. 금색 칠이 완전히 지워져 허옇게 드러난 트림 링을 만져보면서 제일 웃겼던 건 이제서야 잉크가 잘 나오고 있다는 것이었다.

더 웃긴 일도 생겼다. 이 펜과 함께 상자에 담겨 따라온 그 브랜드의 잉크 뚜껑을 열어보았더니, 하얀 곰팡이가 피어 둥둥 떠 있었다. 도금이 벗겨지고 잉크엔 곰팡이가 핀 채로 유통되었다니, 나의 이탈리아 만년필 인상은 아주 나빠졌다. 품질관리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라고 밖에.
플라스틱 스푼으로 조심조심 곰팡이를 걷어내어 버리고, 잉크는 그대로 쓰기로 했다. 그대신 다른 펜에는 넣지 않고 한군데에서 나온 펜에만 담아 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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