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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3월 18일 금요일

버릇

 


안경을 쓰지 않고 글씨를 써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안경은 돋보기인데, 적당한 거리를 맞추기 어려워졌다. 조금 시간이 지나면 어지럽다. 내 시력의 문제는 단순한 노안 증상이기 때문에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으면 안경이 꼭 필요하지는 않다.

요즘 읽고 있는 대부분의 책은 모두 전자책이다. 눈이 나빠진 뒤로는 종이책을 읽는 것을 더 어려워하고 있다. 종이의 색에 따라, 인쇄된 글자의 폰트, 서체에 따라 어떤 종이책은 눈을 더 피로하게 만든다. 아이패드로 책을 읽으면 밝기를 잘 맞추고 배경색과 서체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이 편하다. 다만 옛날처럼 옆으로 누워 좌우로 뒤척이며 책 한권을 다 읽어버리는 일은 이제 어렵다.

그동안 계속 안경을 쓰고 글씨를 썼더니 더 잘 보이게 하고싶어서 몸을 자꾸 낮춰 웅크리고 있었다. 허리의 통증도 줄여야 하고 손목도 자주 주물러 펴줘야 한다. 더 잘 읽고 보고 싶어서 눈을 찡그리는 것도 하지 않으려고 자주 의식해야 한다.

나이가 들었고, 몸은 변했다. 좋은 자세를 생각하며 스스로 버릇을 만드는 방법 밖에 없다.

2022년 2월 28일 월요일

만년필

 



나는 손끝이 약하다. 악기를 연주할 때 걸핏하면 검지손가락의 손톱이 들려버리거나 손가락 끝을 다친다. 그런데 겨우 펜을 쥐고 글씨를 쓰다가 손끝이 다칠 줄은 몰랐다. 굳은살이 있어도 이 모양이다.

만년필에 관련된 영상들이 재미있어서 매일 찾아보고 있었다. 어떤 도구, 어떤 취미이거나 할 것 없이 사람들은 자기가 재미있어하는 것에 객관적이지 못하다. 그냥 그것이 좋고 그 일에 몰두하여 재미있으면 그것으로 이미 충분할 것 같은데, 자신의 선택과 취향에 자꾸 비싼 값을 매기려고 한다. 다른 기준, 보편적인 동의, 억지로 쥐어 짜낸 급조된 철학 같은 것으로 장식해주지 않으면 자기의 취미가 보잘 것 없는 것이 되어버릴까봐 겁을 내는걸까. 나는 그런 모습들을 악기에서도 보았고 자전거를 탈 때에도 체험했다. 당연히 만년필의 세계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모든 인간의 문화는 그렇게 과몰입하는 사람들의 쓸데 없는 짓들 덕분에 풍부해진다. 뭘 저렇게까지 하는가 싶은 사람들의 경험과 실패가 쌓여 그 분야의 세계를 만들고 있었다.

한편 나는 갑자기 펜을 사느라 너무 돈을 썼다. 이쯤에서 멈춰야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