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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1일 목요일

자전거.


이제 헌 자전거 됐다.

새것 사달라고 조르고 싶…




밤 새운 후 자전거.

예보를 확인하고 적어도 오늘은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하기에, 밤을 새워 빨개진 눈을 하고 냉큼 나왔다.

댐의 문을 열어서 하얀 물보라가 계속 되는 요즘이다.
물이 빠르게 흐르는 그 주위로 새들이 모여 앉아서 놀고 있었다.


사실은 한 가운데에 앉아있던 두 놈을 겨냥하고 찍었던 것인데 하필 날아가버렸다.
새들이 노는 모양은 무척 귀엽다.



2013년 7월 28일 일요일

아침 일찍 달렸다.


새벽부터 안개가 자욱했다.
아침이 밝기 시작하고 건물 10층의 창 밖을 내다보니 구름 속에 있는 것 같았다.
"토요일이니까 낮에는 사람이 많을거야. 그러니까 지금 나갔다 오겠습니다." 라고 변명하듯 말하고 자전거를 꺼내어 나가려는데 등 뒤에서 아내의 대답.

"똑같은 생각을 아마 남들도 할걸."

과연 그랬다.
아침 여섯 시에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 길 위에 있을 줄이야.
이 동네에서 평소에 내가 제일 게으를 것이라는 생각을 새삼 해보았다.

동네에서 십여 킬로미터 쯤 멀어질 무렵 부터는 그래도 조금 한산했다.
여전히 안개가 덮힌 강을 힐끗거리며 하얀 안개 속에서 유난히 새까맣게 보이는 까마귀들이 나는 것도 구경하며 달렸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조안면의 능내리호수를 내려다 보게 되었다.

반대편을 달릴 때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가득한 연잎이 거품처럼 물 위에 끓고 있었다.




2013년 7월 26일 금요일

길었던 여름.


난폭했던 장마가 멈추던 어제, 장모님은 건강을 회복하시고 퇴원하셨다.
나는 토막으로 나누어 잠을 자던 것의 부작용으로 어지럼증이 심했다.
어제 저녁에 자전거의 체인을 닦고 기름칠을 해뒀었다.
한 달 만에 조용한 길을 달려 강기슭에 다가가 앉아있다.

땀을 닦고, 물 한 모금.





2013년 6월 29일 토요일

팥빙수로 첫 끼를.

오늘의 첫 끼니는 양수역에서 혼자 팥빙수를 먹는 것으로 되었다.
그런데 아내와 함께 왔을 때 보다 양이 적었다.





아무도 없는 길.

오전에 모든 서류작업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우편물을 보내고 두어 시간을 달렸다.
잠깐 쉴 때에 허기가졌다. 생각해보니 오늘 아직 아무 것도 안먹었다.
사람 없는 곳을 찾아와버려서 주변에는 식당이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는 길이 정다왔다.
더 오래 머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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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7일 목요일

비를 피했다.


낮에 아내와 함께 자전거를 탔다.
동네의 식당에 들러 함께 밥을 먹고, 식당 밖에 나왔더니 하늘에 온통 먹구름이 가득했다.
그리고 바람 속에 습기가 가득했다.

사실은 아내는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혼자 조금 더 자전거를 타려고 했었던 것인데, 아무래도 비가 내릴 것 같아서 서둘러 함께 집으로 들어왔다.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는 순간 번개가 치고 한강의 물이 파도가 치듯 일렁이더니 곧 억수같은 비가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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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23일 일요일

산책.


아침에 잠들었다가 정오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뒤늦게 온몸이 찌뿌듯했다.
점심을 먹고 잠깐 망설이다가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

지난 번에 앞 바퀴가 끼여 나를 공중회전 시키며 땅에 내리꽂았던 그 폐레일을 보고, 사진을 찍어왔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일을 당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것은 보수를 해주면 좋을텐데.



더운 날씨였지만 바람이 불어와 상쾌했다.
나는 유난히 이상한 일을 자주 겪는 것 같다. 자전거 길에서 어떤 노인 한 사람이 도로를 막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보행자를 위한 옆길에는 행인들이 지나고 있었다. 노인은 길 위에 선채로 이동하려는 것 같지 않아 보였다. 나는 속도를 줄이며 노인의 등 뒤로 지나가기 위해 다시 페달을 밟으려고 했다. 그 순간,  그 사람이 갑자기 한 손으로 내 팔을 때리며 밀치려고 하는 것이었다. 그만 휘청하는 바람에 위험했다.

멈춰 서서 뒤돌아보니 그는 잰걸음으로 뒤돌아 걸으며 '사람 다니는 길인데 아무데서나 지랄들'이라는 말을 하고 있었다.
주변에서 목격했던 다른 사람들이 나를 보며 다치지 않았느냐고 묻고 있었다.


나는 잠시 선 채로 멀리 사라지고 있는 노인을 보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
쓸쓸하고, 아무 행복한 일이 없는 것 처럼 보이는 뒷 모습.
그를 분노하게 한 것은 여러가지일 수 있겠지.
정의롭게는 안되더라도 웃으며 여생을 보내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힘들겠지만.
나는 별 탈이 없었으므로 다시 달리며 산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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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10일 월요일

자전거 사고.


처음으로 낙차 사고.

오전에 밴드 합주를 갔다가 자전거를 타고 온 상훈씨를 졸라 함께 덕소로 와서 자전거를 타고 양수역에 가는 길이었다.
사람이 많은 길을 빨리 지나느라 속도를 내고 있다가 자동차가 지나가는 작은 교차로를 만났다. 그곳은 평소에 자주 다니던 길이어서 나는 그만 방심했다.
휴일이라 차량이 많았다. 자동차를 피하다가 폐선로에 놓여 있는 레일과 보도블럭에 앞 바퀴가 끼어져버려서 그대로 허공에서 반 회전을 한 다음,  길바닥에 던져졌다.


신기하게도 바퀴가 걸리고, 자전거의 앞 부분이 강제로 멈춰진 다음 내 몸이 휙 뜨더니 땅에 꽂히듯 떨어지는 과정이 느린 화면을 보는 것 처럼 기억이 났다.
다행히 핸들의 바 테잎이 찢어지고 오른쪽 변속기 커버가 벗겨지며 플라스틱 부품은 깨져 버렸는데 겨우 무릎만 붓고 찢어졌다.
자전거는 조금 상태가 이상해졌는데, 우선 간단한 점검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정도로 다행히네 뭐, 하고는 다시 가던 길을 달렸다.
아내는 길 위에 엎어져 있던 나를 발견하고는 매우 차분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왜 그랬대? 조금 더 누워있어~"



우리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아주던 양수역의 카페 언니가 팥빙수를 듬뿍 담아줬다.
그리고 아내를 알아보고 다가와 온몸을 부비며 인사하던 고양이들은 맛있는 간식을 얻어 먹었다.  그것을 보신 카페 언니분은 고양이에게 간식을 줘서 고맙다고 하시며 팥빙수에 과일을 더 얹어 넣어줬다.



무릎은 욱신거리며 아파왔다.
햇빝은 따가왔다. 그늘에 앉아 여름냄새를 맡으며 쉬고 있었다.

빠르게 달리다가 낙차를 하면 대부분 쇄골이나 갈비뼈가 부러지는 사고로 이어진다고 들었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가슴 안으로 숨기며 떨어지는 바람에 한쪽 무릎으로 모든 충격을 받아내었던 것 같다. 덕분에 손가락도 팔꿈치도 긁힌 상처 하나 없었다.

상훈씨를 일산에 데려다 주고 돌아오는 길에 자책을 했다.
당장 매주 주말에 공연도 해야 하고, 늘 연주할 준비가 되어있어야 하는데 이런 일을 만들었다는 것이 창피했다.
며칠 동안 정신이 나가 있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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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8일 토요일

자전거.


아직 사고를 당하기 전이었을 때였다.
이날 자전거와 함께 심하게 넘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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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6월 5일 수요일

해 저무는 길.


평일 늦은 오후, 자전거길 옆의 국수집에 아무도 없으니 좋다.

바람은 착하게 불었고 식당 아주머니가 틀어놓은 라디오는 혼자 재잘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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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8일 화요일

흐린 날, 양수역에.


나를 위한 시간을 쓸 수 없는 생활이 원래의 내 생활이었다. 연휴였던 지난 주말 사흘 동안 잘 쉬었던 이후 그 일상으로 돌아가기 어려웠다.

일주일을 요일이 바뀌는 것도 잊으며 보내고 나서 처음 시간이 났다. 날씨는 흐렸지만 다음 한 주는 조금의 시간도 나지 않을 일정이니까, 자전거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미리 약속하지 않아도 자전거를 탈 때 마다 강 건너에서 만나 차 한 잔을 나누던 재근형은 그만 사고를 당하여 쇄골이 부러졌다고 했다. 평소 헬멧도 쓰지 않고 다니던 그 형님, 더 큰 부상이 아니어서 다행이긴 하지만 쇄골이 부러지는 일도 가벼운 상처가 아닌데. 수술 잘 마치시고 어서 회복하시길.

재근형의 부상을 조금 더 과장해서 말해주며 억지로 헬멧을 쓰게 한 다음 아내와 함께 양수역에 다녀왔다.

저 사진은 아마 내 뒤에서 찍었나본데, 자전거를 타며 한 손으로 사진을 찍고 있었다니, 그러라고 헬멧을 쓰게 한 것이 아니었는데. 일부러 내 궁둥이를 더 크게 나오도록 촬영한 느낌도 들어서 기분 나빠하는 중.


작년 여름에도 양수역 부근에서 살고 있던 고양이들을 만나 즐거워했었다. 이번에는 역 앞의 카페 스프링에서 돌보고 있는 고양이 엄마와 아이 둘을 만났다.

작년 양수역 고양이 이야기 -> http://aulait.tistory.com/1764

지난 여름의 고양이들은 무사히 겨울을 넘기지 못했던 것일까. 혹은 다른 곳으로 떠난 것은 아닐까. 어쩐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혹독했던 추위를 잘 견디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엄마 고양이도 어느날 카페에 찾아와 돌봐달라고 하더니 한 마리 씩 새끼 고양이를 물고 나타났다고 했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었는지 털도 안좋고 바싹 말라 있었지만 사람 좋은 카페 주인분들에게 사료와 집을 제공받으며 잘 살고 있었다.


아내에게서는 고양이의 냄새가 나는가 보다. 아니면 사람은 모르는 무슨 이유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피곤하여 꼼짝하지 않던 엄마 고양이가 아내에게 다가오더니 엉덩이를 부비고 그르릉 거리며 턱을 내밀었다. 뭐 언제나 일어나는 일이어서 이제는 신기하지도 않은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며 귀여워해주고 탄성을 지르며 새끼 고양이들을 예뻐하고 있었다.  카페의 주인분들은 늘 이상한 사람들이 있다며 고양이들을 걱정했다. 우리가 머물던 동안에도 어떤 나이든 남자가 굳이 임신중인 다른 고양이를 안고 와서 엄마 고양이에게 던져 고양이들끼리 큰 싸움이 날 뻔 했었다. 그것은 동물에 대해 무지한 것이 아니다. 장난이랍시고 멋대로 행동하는 어린이에서 나이만 들었을 뿐, 어른은 되지 못한 것.

십여년 전과 그래도 달라진 것이 있다. 지나던 사람들 대부분은 고양이를 귀여워해주고 어린이들은 다가와 눈으로만 보며 인사를 하고는 했다. 덕분에 그곳의 고양이들도 사람을 경계하는 일 없이 마주보고 앉아서 뭐 먹을 것 좀 내놓으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자전거는 많이 못 타고 고양이 덕분에 대부분의 시간을 그곳에서 보내버렸다.
그래도 좋았던 잔뜩 흐린 일요일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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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25일 토요일

여름에 난로...


잠 자는 시간을 아껴 땀 흘려 달려와 햇볕을 좀 피하러 들어왔더니, 난로가 있었다.
전시용이었지만 괜히 더 덥게 느껴졌다.

밖으로 나와 땅바닥에 앉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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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9일 일요일

흐린 하늘.


원래는 오늘도 쉬는 날이었지만 학생들끼리 밴드 경연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합주하는 것을 보아달라고 연락을 해왔었다.

흐린 하늘을 살펴보고 일기예보를 확인하고, 자전거를 타고 중학교에 갔다.

학교의 지원도 전혀 없고 다른 누군가의 도움도 없이 자신들의 힘으로 뭔가를 해보겠다는 친구들이 그런 부탁을 할 때에는, 가야지.

자물쇠가 부실하여 부득이 교실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그들이 연습했던 것을 보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마치 트랙이 엉키고 섞여서 못쓰게 된 녹음 파일을 듣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금세 말을 알아듣고 진지하게 뭔가를 해보려하는 모습들.

몇 마디의 조언을 했을 뿐인데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들어줄만한 음악이 되어버리는 것을 보는 일은 즐겁다. 준비하고 있는 경연대회의 결과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그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무엇인가를 해보았다는 것은 앞으로의 성장에 작은 힘이 될 것 같다. 무엇인가를 스스로 해보지 않은 사람과의 간격은 정확히 해본만큼 벌어진다고 생각한다. 응원을 하고 돌아왔다.


볼일을 다 마쳤으면 귀가를 해야 했을텐데, 일기예보와 달리 아직 비는 내릴 것 같지 않았다. 오후 늦게라도 비가 오면 오늘은 도로에 더 나갈 일이 없을 것을 알았다.

연휴에 집에서 각종 기계들을 켜둔 채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을 떠올리고는 전화를 걸어 만나러 가겠다고 했다.


영동대교 남단 부근.
집에서 이곳 까지 22km. 구리를 관통하여 돌아오는 바람에 한 시간 이십 분.
친구집 근처의 빵집 문앞에 앉아 빵과 커피로 첫 끼를 해결했다.
몇 달 동안 서로 지내온 이야기, 다른 친구들 이야기, 뭐 별로 이야기한 것도 없는데 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다시 출발하여 집에 올 때에는 남쪽의 길로만 달렸다. 그래보았자 겨우 1km 정도 단축. 그러나 시간은 5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번 주에는 공연을 위해 대구에 다녀온 목요일을 제외하고는 매일 자전거를 탔다. 연휴 덕분에 잘 보낸 한 주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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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8일 토요일

아내와 자전거를.


나는 틈만 나면 자전거를 탈 구실을 찾고 있다.
이번 주에는 실속있게 보낸 편이다.

국립묘지 근처에 아내의 친구가 살고 있는데, '우리 거기까지 가서 커피 한 잔 얻어 마시고 돌아오면 어때'라는 매우 설득력 있는 말로 아내를 꼬여내어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집에서 부터 약 29km. 왕복 60km 정도를 잘도 따라오는 이 여자, 조금 무서웠다. 평소에 운동도 안하고 자전거도 잘 타지 않는데도 뭔가 이 정도는 거뜬하다는 표정이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갈 때엔 강북의 도로로, 돌아올 때엔 남쪽의 도로로 달렸다. 돌아오는 길에 배가 많이 고팠는데 잠시 쉴 때에 전화를 확인했더니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내 동생이 보낸, '저녁에 막국수를 먹으러 가자'라는 문자메세지.

갑자기 두 배로 배가 고파 조금 더 힘주어 달려 동네에 돌아와서 전화를 했더니... 조카들의 반대로 저녁식사는 취소되었다. 뭐 그 덕분에 아내와 자전거를 타고 근처의 상점에 들러 간단히 장을 보아 집에 왔다.

다음에는 어디에 사는 누구를 만나러 가자고 꼬여내면 좋을지 궁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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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 보내기.


전혀 계획성 없이 살고 있는 것에 최적화된 나는, 하루를 허비하려면 아예 드러누워 무위를 행하던가 아니면 1분 단위로 쥐어 짜내어 다 써버리기로 했었다. 결과적으로는 그냥 계획성 없이 매일 사는 것이지만.

왜냐면 언제나 여러가지 변수가 있으니까. 대개 변명과 구실을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그 변수의 대부분인거다.

일주일을 조금 힘들게 보낸 탓인지 아침에 눈을 뜨고 창 밖으로 한없이 밀리는 자동차들을 보다가 이내 다시 잠들어버렸다.

그러다 정오에 다시 일어나 마치 약속이라도 있는 사람 처럼 또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이십 년 만에 만난 옛 친구. 동창생. 그리고 지금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이웃이 되어있는 친구를 비로소 만났다. 그동안 연락만 주고 받다가, 마침 서로 시간이 있었던 덕분에 사내들이 커피집 야외 테이블에 앉았는데 그만 두어 시간을 계속 떠들어댔다. 옆 테이블의 아줌마들이 오히려 조용하셨었다.


친구와 헤어져 다시 반대 방향으로 다리를 건너 미사리로 갔다.
겨울에 새로 공사를 하여 더 예뻐진 이 곳은 자전거를 세워둘 곳도 많고, 무엇보다 도난의 염려도 없다. 잠시 후 (조금도 힘들어하는 얼굴이 아닌) 재근형님이 도착, 나는 시원한 커피를 (또) 마셨다.

몇 시간 전 옛 친구와 수다를 떨었던 탓인지 배가 많이 고파서 하남 입구에 있는 비빔국수집에 들렀다.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출발했다.


어두워진 길을 오랜만에 달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서는 어마어마한 날벌레들의 비를 맞았다.
하품이라도 했다면 벌레들을 잔뜩 삼킬 뻔 했다.
부처님이 오셨던 덕으로 즐길 수 있었던 귀한 하루였다.
자전거 길에서 잠깐 멈춰선 어린이들에게 냅다 소리를 질러대던 배 튀어나온 아저씨들 무리들에게도, 전화기를 들여다 보느라 산책을 핑계로 데리고 나온 개가 둑 아래로 떨어진 줄도 모르고 걷던 마스크 쓴 여자분에게도, 비빔국수집에서 음식 값을 낼 때에 굳이 식당 아주머니에게 '내가 목사인데...' 하던 분에게도, 모두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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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3일 월요일

일요일 저녁.


낮에 공연분량이 짧았다. 그래서 일찍 끝난 것 덕분에 시간이 생겼다.
집에 돌아와 얼른 옷을 갈아입고 자전거를 둘러 메듯 끌며 나갔다.
이미 해가 질 무렵이어서 멀리 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달리는 도중에 더 갈까 그만 돌아갈까 몇번 망설이기도 했다.

작년 초 여름에 투박한 자전거를 구입했을 때에 겨우 동네 한 바퀴를 돌고 나면 이 곳에 와서 숨을 고르며 쉬고는 했었다. 거의 일 년 만에 와보니 이곳은 무척 따분한 장소였다. 해가 지는 것을 아쉬워 하며 물통을 비우고 앉아 있었다.

지난 해 이후 새로 배운 것이 있다면, 전쟁터 같다고 말하는 우리 사회의 일상 속에서도 평화로운 순간이란 다 찾아내어지기 마련이라는 것 정도일까.

해는 지고 있는데 못내 아쉬워 동네를 멀리 한 바퀴 돌았다. 전화 벨 소리에 꽃 곁에 잠깐 서서 통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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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12일 일요일

재활은 마무리일지도 모르겠다.


내일의 날씨도 좋다고 들었지만 내일은 공연이 있어서 시간을 내지 못할 것이었다. 좀처럼 나가기 싫어하고 있던 아내를 또 채근하여 등을 밀며 출발했다.

자주 들르고 있는 냉면집에서 첫 끼 식사를 하고 반대방향으로 달려 능내역에 도착했다. 사람이 너무 많고 어지러워 앉아서 쉴 곳도 없었다.

다시 되돌아오다가 다리 아래에서 아내는 먼저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다리를 건너 미리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던 재근형과 만났다. 너무 오래 기다리시게 했기 때문에 조금 무리해서 달렸다. 도착 후 몇 분 동안은 헥헥거리는 소리로 인사를 대신했다.


집에 돌아와 트랙킹 프로그램으로 살펴보니 그래봤자 모두 합쳐서 삼십 킬로미터를 조금 넘기는 정도의 거리였다.

일찍 일어나 오전에 중학교의 수업을 마치고 오후엔 계속 자전거 타기로 토요일을 보냈다. 허리의 통증이 많이 사라졌고 작년에 문제가 많던 무릎의 통증은 없어졌다. 오늘은 업힐도 힘겹지 않았고 오히려 자주 속력을 줄이며 아직은 재활인거지...라고 생각하고 자제했다.
이것으로 재활은 마무리였으면 좋겠다.
한숨 잤으면 좋겠다는 유혹을 간신히 이기고, 커피를 만들며 컴퓨터 앞에 앉았다. 아무쪼록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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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7일 화요일

아침에 강변을 달렸다.


출근 전에 아내를 꼬드겨 강변을 달렸다.
팔당역 앞에서 컵라면으로 첫 끼를 해결했다.

집에 돌아오니 서둘러 나가야 할 시간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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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5월 6일 월요일

바람 불어 좋던 날.


센 바람에 몸을 놓아두니 흔들거렸다. 내다 버리려던 마음들도 바람에 저절로 날려갔다.

강 건너로 보이는 집을 눈 앞에 쳐다보며 일어날 생각을 못하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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