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9월 1일 수요일

합주.

 


거의 이태 만에 밴드 멤버들이 모여 합주를 했다. 약속이 정해진 후 나는 긴 목록의 셋리스트를 들여다보며 매일 다시 연습을 해보았다. 그동안 수백번 연주했던 곡들이었을텐데 전부 새롭게 느껴졌다. 휴업상태와 같았던 밴드활동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으로서는 고마왔다. 마지막 공연과 합주가 아주 먼 옛날 일처럼 여겨졌다. 오랜만에 하는 합주를 나는 잘 하고 싶었다.

연주를 하지 못하며 지냈던 동안 내 연주에 나빠진 것이 있었다. 작년부터 허리통증으로 한참을 고생했고, 최근에는 왼손 검지손가락에 염증이 생겨서 한동안 악기를 잡아보지 못하기도 했다. 합주를 위해 혼자 연습하며 내가 박자와 비트감을 잃고 있는 것을 느끼고 일부러 모든 곡을 녹음하여 들어보았다. 두어 번 그 일을 반복하며 어느 부분에서 내가 부정확하게 손가락을 쓰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오래 걸리지 않아 문제가 되었던 부분들을 바로잡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왼쪽 검지손가락의 통증은 엄지손가락의 위치를 적절히 바꿔주는 것으로 해결하기 시작했다.

합주약속은 밤시간이었는데, 나는 일찍 가서 미리 연습을 더 하고 싶었다. 약속 한 시간 전에 내가 그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낯익은 자동차 세 대가 내 앞에 이미 주차되어있는 것을 보았다. 다른 멤버들도 모두 나와 비슷한 마음이었구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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