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26일 월요일

잉크

 

아직도 한참 더 쓰고 남을 만큼 잉크가 있는 줄 알았더니, 다이어민 잉크도 한 개씩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파커 블루블랙도 거의 다 써버려서 닙을 담그어 잉크를 충전할 수 없게 되었다. 파커와 펠리칸의 블루블랙을 한 병씩, 펠리칸 블랙을 한 병 더 샀다. 브라운, 오렌지 잉크는 다이어민 말고 더 남아 있고, 녹색 계열 잉크는 카랜다쉬 잉크가 많이 남아있다.

이틀 동안 공연하러 다니느라 공책을 펴 보지 못 했다가 일요일부터 뭔가 보상이라도 원하는 것처럼 닥치는 대로 한참 썼다. 

직박구리

집 앞 나무 아래에서 새들이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며 놀고 있었다. 그 소리가 예뻐서 잠깐 서서 올려다보다가 직박구리 한 마리가 가까이에 와서 잠깐 쉬는 것을 보느라 움직이지 못하고 한참 서 있었다. 고진하 시인의 시에서처럼 덩치가 큰 건 아니었지만 목소리는 제법 우렁차게 들렸다. 어쩌면 그렇게 예쁜 소리를 내는가, 하고 있었는데 곁에서 아내가, "원래 직박구리 소리 예뻐"라고 했다. 원래 예뻤구나. 나만 잘 몰랐구나.

 

2025년 5월 24일 토요일

경산 공연

전날 오류동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푹 자고 일어났다. 덕분에 가뿐해진 상태로 아침 일찍 운전을 시작했다. 왕복 568km, 7시간 40여분 운전했다. 운전하는 내내 안경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공연할 때엔 안경을 쓰지 않았다.

하루 종일 비를 맞으며 운전하는 것은 좋았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 Anne Queffélec의 드뷔시 앨범을 듣고 있었는데 도로 소음과 자동차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소란스러워 무엇을 들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그래도 비 덕분에 차분한 마음으로 긴 시간 운전할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함께 일하는 팀의 음향 스탭분들이 아주 많이 신경을 써주어서, 이 달의 공연들은 모니터 사운드가 완벽했다. 먼 거리 운전하여 공연을 마치고 집에 돌아올 때까지 덜 피로했던 것은 공연장의 음향이 편안했기 때문이었다. 그 분들에게 매번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2025년 5월 23일 금요일

오류아트홀 공연

안경을 쓰고 공연했더니 지난번보다 시야가 환하고 잘 보여서 좋았다. 아무래도 시력이 또 달라져 있는 것 같으니 안경을 새로 맞추어야 좋을 것 같다. 사운드체크를 마치고 공연 전까지 주차장에서 쉬고 있었다. 아주 잠깐 잠들었었는데 그 정도만으로도 몸이 좀 가벼워진 기분이 들었다.

베이스 두 개를 챙겨 놓았다가 집에서 출발하기 전에 한 개는 도로 내려 놓고 나머지 한 개만 갖고 갔다.

지니고 다니는 악기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 해 말부터 연구하고 새 악기를 구입하기도 했던 것인데, 다시 손수레에 악기를 싣고 밀고 끌며 다니는 것을 덜 하고 싶었다. 다행히 중간에 튜닝을 바꾸거나 하지 않아도 되어서 불편한 것은 없었다.


 

2025년 5월 19일 월요일

수원 공연

 


수원 SK아트리움에서 공연했다. 사진을 보니 내가 그날에 잠이 부족하여 피곤했던 것이 잘 드러나고 있었다.

베이스의 바디와 픽가드는 조명에 따라 색감이 다양하게 보여져서 마음에 들었다.

사운드체크를 할 때부터 어지럽고 바닥에 놓여진 셋리스트가 흐릿하여 잘 보이지 않았다. 수면부족은 자주 겪는 일이니까 그것이 이유가 아니라, 눈이 좀 더 나빠졌나 보다. 다음 공연엔 안경을 쓰고 연주해야 할 것 같다.


2025년 5월 17일 토요일

베개 만년필 18K


 지난 2월 7일에 베개 스틸닙을 받았던 것이니까 그 후 석 달 열흘, 꼭 백일만에 이 금닙 만년필을 받게 됐다. 주문한지 11개월만이다.

https://choiwonsik.blogspot.com/2025/02/blog-post_8.html

파커 블루블랙 잉크를 넣고 처음 써보는 중이다. 깜짝 놀랄만큼 좋다. 묵직한데 가볍게 그어진다는 표현이 여기에 알맞다. 종이에 닿았다가 떼어지는 기분이 대단히 좋다. 무게중심이 아래에 있어서 손가락에 힘을 주지 않게 된다. 석 달 전에 먼저 받았던 베개 스틸닙은 이 만년필의 보급형이었다. 정말 좋은 만년필이다.

새 펜에 잉크를 넣기 전에 책상 위에 줄 지어 누워있는 펜들을 보면서 잠깐 생각했는데, 블루블랙 잉크를 넣어보길 잘 했다. 이 잉크가 지금처럼 종이 위에 흘러 나오는 느낌을 처음 경험해 보고 있다. 일년이나 기다린 보람이 있다.

2025년 5월 6일 화요일

오월 첫 공연


 어제 부천 공연에 오래된 펜더 재즈를 가지고 갔다. 비가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비가 왔었다고 해도 이 베이스를 가지고 갈 생각이었다.

이 악기를 어깨에 메고 한여름 뙤약볕에서, 몽골의 센 바람 불던 광장에서 연주했었다. 흠뻑 젖은 채로 비를 맞으며 연주하기도 했고 겨울에 언 줄이 너무 차가와 장갑을 낀 손으로 넥을 쥐고 공연했던 적도 있었다. 세월을 함께 한 악기가 주는 신뢰가 있다. 나쁜 날씨이거나 열악한 장소이거나 가리지 않고 내 의도대로 소리를 내어 줄 거라는 믿음 같은 것.

집에서는 넥 상태가 좋았는데 리허설 후 두어 시간 무대 위에 세워뒀더니 악기의 넥이 어김없이 휘었다. 아주 미세하긴 했지만. 몇 달 전에 새로 샀던 펜더 울트라 II 재즈가 워낙 연주하기 편하여 오랜만에 이 악기로 두 시간을 연주하려니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2025년 5월 1일 목요일

불면


 쉽게 잠들지 못하여 눈을 감은채 오래 뒤척이고 있으면 일부러 생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데도 불쑥불쑥 과거의 기억이 떠오른다. 주로 실망했던 것, 화가 났던 것, 괴로와 했던 것들이 물에 잉크가 떨어져 퍼지듯 어둠 속에서 번지다가 사라졌다.

그것들은 증발하여 없어져버리지 못하고 내 안에 가라앉아 말라 붙어있다. 그것들을 어찌하지 못하는 건 남의 탓이 아니다. 그렇다고 하여 내 잘못인 것도 아니다. 매일 만나는 오늘마다 다시 덧바르고 새로 칠해 나아가는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