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천 공연에 오래된 펜더 재즈를 가지고 갔다. 비가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비가 왔었다고 해도 이 베이스를 가지고 갈 생각이었다.
이 악기를 어깨에 메고 한여름 뙤약볕에서, 몽골의 센 바람 불던 광장에서 연주했었다. 흠뻑 젖은 채로 비를 맞으며 연주하기도 했고 겨울에 언 줄이 너무 차가와 장갑을 낀 손으로 넥을 쥐고 공연했던 적도 있었다. 세월을 함께 한 악기가 주는 신뢰가 있다. 나쁜 날씨이거나 열악한 장소이거나 가리지 않고 내 의도대로 소리를 내어 줄 거라는 믿음 같은 것.
집에서는 넥 상태가 좋았는데 리허설 후 두어 시간 무대 위에 세워뒀더니 악기의 넥이 어김없이 휘었다. 아주 미세하긴 했지만. 몇 달 전에 새로 샀던 펜더 울트라 II 재즈가 워낙 연주하기 편하여 오랜만에 이 악기로 두 시간을 연주하려니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