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3일 수요일

지금 어디에 있는지


 사람들은 지금 매일 사용하는 물건들, 먹는 음식들, 생활을 제어하는 제도와 관습이 필요에 의해 생겨났다고 여기지만 사실은 그 반대이다. 없던 것이 만들어지게 되어 이전에는 갖지 않았던 필요가 새로 생기는 것이다. 풍습이란 원래부터 그렇게 살아왔던 것이 아니라 어느날 누군가들에 의해 시작되어 다수의 동의를 얻거나 다수에게 강제해 오면서 반복되었던 것이다. 유래를 알면 물건이 생겨난 시대를 이해할 수 있다. 과거의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이 지금 여기에 있는 자기와 타자를 바르게 알 수 있게 해 준다.

역사를 의미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현대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무지한 채로 수명을 연장한다고 하여 특별히 잘 못 될 일은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지금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는 셈이다. 그런 인생을 사는 사람에게 고양된 정신이나 철학은 사치이다. 매일 먹고 놀고 즐기는 것 외에 가치라고 할 것이 없는 삶을 사는 것이고, 알고 보면 굳이 문명의 울타리 안에서 살 이유도 없는 인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