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9일 화요일

겨울

 기온이 다시 내려갔고 오늘은 눈이 또 내릴 거라고 했다.

나는 어제 야외에 세워두었던 자동차를 지하 주차장으로 옮겨 세웠다. 나흘 동안 야외에서 눈을 맞은 차엔 얼음이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앞유리에 얼어붙은 눈이 녹지 않았고 오래 낮은 기온에 노출되어 있었기 때문이 기어가 작동하지 않았다. 내 오래된 자동차는 추운 곳에 오래 있다가 시동을 걸면 자동변속기가 작동하지 않아 바퀴에 힘이 전달되지 않곤 한다. 엔진은 움직이는데 차는 움직이지 못하는 것이다. 기어를 반 수동으로 바꾸어 확인하면 기어 단수가 표시되지 않는다. 시동을 껐다가 몇 초 후에 다시 켜면 기어가 정상으로 작동했다. 그 문제는 영하의 기온에서만 일어났다. 다시 추워지고 또 눈이 내린다고 하니 내 차를 좀 녹여 둘 필요가 있었다.

이 아파트엔 자동차가 과포화 상태를 넘어선지 오래 되었다. 주차장은 모자란데 차는 계속 늘고 있다. 차가 많아지면서 겨울이 되면 어디에도 주차를 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다. 지하주차장엔 다른 차를 가로막아 세워둔 차들 때문에 이동하기 조차 어렵다. 여유 공간 따위는 무시하고 길을 막은 차들을 밀어 치워놓고 차를 뺄 수도 없게 됐다. 세대가 변했기 때문인지, 이곳 주민들은 이웃에 대한 생각은 점점 못 한다. 자기의 이익과 손해에 예민하면서 공익적인 것에는 무심하다. 외출했다가 돌아올 때면 언제나 깊은 밤 시간일 수 밖에 없는 나는 주차할 자리가 없어서 아파트 담을 끼고 몇 바퀴씩 돌며 헤메인다. 이번엔 날씨 예보를 보다가 늙은 내 자동차가 생각나서 아직 자동차들이 돌아오기 전에 지하 주차장으로 옮겨 둔 것이다. 어쩐지 이런 정도의 행위 조차도 내가 약삭빠르고 이기적인 행동을 한 것 같아서, 기분이 개운하지 않았다. 어쨌든 오늘 밤엔 내 차에 붙은 얼음이 녹을 것이고 다음 날 엔진과 기어도 이상없이 작동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