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3일 토요일

고양이 이지

 

방 안에 햇빛이 들어오고 어렴풋 소리가 들렸다. 그릇 소리, 고양이를 어르는 말 소리가 들리고 있어서 잠이 덜 깬 채로 밖으로 나갔다. 아내가 이지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었다. 아내와 이지 앞에 다리를 접고 앉아서 고양이가 고개를 흔들어 여기저기 뿌려둔 습식사료 파편들을 닦아 치웠다. 이지의 입 안에 곱게 갈은 습식사료를 일일이 손가락으로 떠먹여주는 일을 하루에 세 번, 아내가 혼자 맡아서 하고 있다. 그렇게 일곱 달째 고양이를 먹이고 있고 여전히 이지의 혈당 수치는 백 몇 십이 나오고 있다. 스스로 먹지 못하는 나이 든 고양이에게 건조사료 대신에 깡통사료를 먹이기로 아내가 결정하고 실행하지 않았더라면, 이지의 당뇨병은 악화되었을 것이다. 비싸고 힘든 비용과 노력을 들여 고양이를 보살피고 있는 중이다.

베란다에도 햇빛이 잔뜩 들어오고 있었다. 창유리 앞에 서서 겨울 한 가운데에 있는 바깥을 내다 보았다. 이 집에 이십 년째 살고 있는데 처음 이사했던 날처럼 아직도 아파트 10층은 너무 높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떠난지 8년이 된 순이를 아직도 그리워 하고 있다. 찬 바람에 선뜩한 기분이 들 때처럼, 문득 보고싶어지고 가끔은 슬퍼진다. 애정, 교감, 좋아하는 마음은 생의 대부분을 힘들게 만든다. 함께 숨 쉬고 서로 체온을 느낄 수 있을 때 그 잠깐의 기억을 달이고 고아 마시며 대부분의 시간을 살아 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