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4일 목요일

통기타

 쇠줄 통기타를 자주 치지 않았으니까 손가락 끝이 아픈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이유 보다도 가지고 있는 기타들이 결함이 많아 제대로 연주를 하지 못 하였다. 한 개는 넥이 뒤로 누워버린 뒤 복원되지 않고 있고 그나마 칠 수 있는 다른 한 개는 프렛을 잘라 낸 단면을 제대로 마감하지 않아 손을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프렛 절삭면에 손가락이 긁힌다. 너트는 홈 깊이가 들쭉 날쭉하여 첫번째 프렛에서 줄이 눌리는 강도가 다르다. 버리기엔 아깝고 굳이 돈을 들여 수리하기엔 애매한 기타들이다.

통기타를 쥐고 줄을 뜯다 보면 중학생 시절 엄청나게 몰입하여 기타를 배우고 익혔던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손가락 끝엔 퍼렇게 산화된 니켈 때가 물들어 있었고 기타줄 모양으로 살 위에 자국이 나 있었다.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그 기억이 되살아 난다. 기타의 사운드 홀에 종이를 덮고 이불을 뒤집어 쓴 채로 연습하다가, 결국 폭발하여 방문을 열며 나무라던 엄마의 모습도 생각난다.

좋은 통기타 한 개를 언젠가 가지고 싶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