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월 10일 수요일

안개

 

새벽엔 짙은 안개가 바깥에 자욱했다. 베란다에 나가 밖을 내다 보았을 때 건너편 건물은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강쪽은 아무 것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최근 눈이 많이 내린 것은 한반도 주변에 수증기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날씨 예보 기사에서 읽었다. 꼭 수증기나 대류현상 때문이 아니어도 이 동네에 안개가 가득한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었다. 조용한 새벽에 바깥의 모든 것이 안개에 가려져, 마치 고립되어 버린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일은 전에도 몇 번 경험했었다. 아주 오래 전 고양이 순이를 품에 안고 안개가 자욱한 밖을 바라보며 베란다 창유리 앞에 서 있던 날의 기억이 최근에 본 영화의 한 장면처럼 눈 앞에 지나갔다. 부드럽고 윤기있는 순이의 털과 갸르릉 거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순이의 눈동자가 생생하게 떠올랐다.

베란다 문을 닫으며 집안으로 들어와 잠 자는 고양이 짤이를 쓰다듬어 주고 내 의자 위에서 몸을 말고 잠든 깜이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며 볼을 갖다 대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찰나의 순간을, 기억해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지와 아내가 자고 있는 방에 다가가 잠깐 귀 기울였다가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어 한 모금 마셨다. 나는 음악을 듣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더 오래 조용한 공기를 느끼고 싶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