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1일 수요일

순이가 아팠다

나는 아둔하고 무뎌서 자주 눈치도 없다. 그런데 고양이가 몸이 아프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몇 해 전 꼬마 고양이가 집에 새로 왔을 때에도 어쩐지 어딘가 불편해보여서 쓰다듬다가 뭔가 많이 아파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알고보니 서두르지 않았으면 심각했을 수도 있었던 피부 종양이었다. 어린 고양이 주제에 길게 바느질 자국을 얻은채 집에 돌아왔었다.

이틀 전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너무 피곤한 상태로 집에 왔을 때에 일곱살짜리 고양이 순이가 나를 쨘 올려다보고 있었다. 보통은 그냥 인사를 하고 반가와해주거나 하는데 한참을 눈을 맞추고 뭐라고 하는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땐 뭐 그냥 '일찍좀 다녀라.' 정도의 의미였나 했었다. 그런데 새벽에 순이를 토닥토닥해주고 잠을 자러 방에 들어가려는데 느낌이 이상했어서 아내에게 그랬었다. "얘가 어디 아픈 것 같아. "

다음 날 낮에 볼일을 위해 밖에 나왔는데 전화기 너머로 다급한 아내 목소리... 순이가 많이 아프다는 것이었다.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하고 약을 받고 수술을 예약했다. 고양이에게 약을 잘 먹이는 아내 덕분에 순이는 항생제를 받아먹고 열이 조금 내리기도 했다.
몇 시간 전, 고양이를 입원시키고 집에 돌아왔다. 수술은 내일 낮. 나는 밤중이 되어서야 돌아올테니 회복하고 있는 순이를 보러 가게 될테지.

집안은 철없는 어린 고양이가 철이 들다만 다른 고양이와 이리 저리 뛰느라 잠시 소란하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그러고보니 칠 년 동안 언제나 나갔다 돌아오면 샴고양이 순이는 반가와하며 인사를 했었다. 순이가 집에 없으니 많이 허전했다.

순이는 수술하기 위해 열 두 시간을 굶어야했다. 입원하러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듯, 순이는 저녁에 평소 안먹던 깡통사료를 남김없이 먹고, 화장실에 가서 볼일도 다 보았다고 아내가 말해줬다. 자, 준비 끝~ 이라는듯이 이동장 안에 걸어들어가 앉은 것을 사진찍었다고.

수술 잘 받고 어서 나아라,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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