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6일 수요일

나쁜 소리일때.


지난 주의 H 공연장에서는 소리가 좋아서 모두들 편안하게 연주했다.
이번 대구의 공연장은 그보다 크고 넓었다. 소리의 잔향이 너무 심해서 연주하기에 많이 힘들었다.
운동경기장이라던가 산이나 건조물을 마주보고 있는 야외공연장에서도 잔향이 너무 많아 애를 먹었던 적이 있었다. 이런 경우, 악기의 소리들은 귀여운 강아지가 되어버린다. 어떤 음을 치면 그 소리들은 공을 던지면 열심히 달려가 그것을 물고 다시 내가 서있는 곳까지 충성스럽게 되돌아오는 것 같았다. 모든 악기의 소리가 메아리가 되어 공간에 윙윙거리는 바람에 정신이 없었다.

불편했지만 적응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으면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일이다. 경험으로 배워뒀던 몇 가지의 방법들이 제대로 적용되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선택하는 방법은, 다른 연주자의 모니터 스피커 소리를 내가 서있는 자리에서 들을 수 있도록 내 모니터의 레벨을 줄여주는 일이다. 그리고 베이스 앰프의 Low EQ를 과감하게 줄여주는 것도 중요하다. 잔향이 너무 많은 공간에서, 이렇게까지 저음을 희생하면 과연 베이스 소리라고 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될 정도로 줄여주는 시도를 해보면 그 효과를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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