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4일 월요일

레슨실에서.



1. 휴일의 사이에 끼워진 월요일 저녁. 오후에 학원에 나와봤더니 이런 날에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 열심히 연습하고 있는 학생들이 가득.... 할 리는 없고, 몇 명만 복도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러면 그렇지. 젊고 시간이 많아서 그렇겠지만, 그렇게 대충 대충 뭔가를 성취해보겠다는 생각이라면 반드시 음악이라는 것을 공부할 필요는 없지 않겠니, 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2. 말하기를 바로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발음이나 말의 습관을 문제 삼자는 것이 아니고, 생각을 탓하는 것이다. 음악이란 말을 배우는 것과 같다. 사람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줄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면 차근 차근 제대로 말하기를 배워야 옳다. 색소폰이라고 쓰고 말해야 바르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해줘도 꼬박 꼬박 섹스폰이라고들 한다. 섹스를 하면서 전화를 건다는 의미가 아니라면 좀 읽고 쓰는 버릇이라도 해보렴. 여전히 전기 기타, 일렉트릭 기타를 그냥 일렉이라고 부른다. 그들중 아무도 그냥 Drum이라고만 쓰면 두드리는 북 한 개를 의미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 반드시 Drums라고 써야만 온전한 드럼 셋트를 의미하게 된다. 노래의 곡목을 쓸 때에 각 단어의 첫 철자를 대문자로 써야한다는 것도 그들은 '배우지 못해서' 모른다. 가르쳐주지 않아서, 漢時의 운율이라든가 소넷트는 14행시라는 것은 (이런 시대에는) 알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더라도 영어가사의 Rhyme은 이해해야 한다. 적어도 영어가사 노래를 발음을 잔뜩 굴려가며 부르고 있으려면 말이다.

3. 학원의 레슨을 잠시 쉬겠습니다,라고 굳이 인사까지 하고 갔던 학생들이 곧 다시 돌아왔다. 새로 들어와 시작하는 학생들도 계속 늘어난다. 다시 레슨을 하려는 학생들은 반갑다. 그러나 씁쓸하다. 그 정도의 시간을 투자하여 레슨을 받았으면 혼자 실력을 연마할 수 있도록 해줬어야 좋은 선생이었을테다. 새로 시작하기 위해 찾아온 학생들도 반갑지만 씁쓸하다. 무슨 음악을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그냥 가요요, 라고 하던가 '찬양'이요, 라고 한다. '집에 가라'라고 해주고 싶은 충동이 울컥 치민다. 역시 별로 좋은 선생이 아닌 까닭일테다.
갈등이 있다. 기왕에 오랜 기간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으므로 나는 더 잘 가르치고 싶다. 그들에게 해줄 이야기들은 그칠줄 모르고 떠오른다. 그러나 문득 문득 이런 일은 그만두고 나는 자꾸 음악의 여행을 하러 다니고 싶다. 훌쩍 악기를 들고 떠나버리는 꿈도 꾼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레슨이란, 수 개월, 수 년 동안 끊임없이 가르치는 일이 아니다. 무엇을 연습하고 어떻게 음악을 들으며 연주할 것인가에 대해 책을 내밀어 주면, 책장을 넘겨가며 읽는 일은 학생의 몫이다. 스스로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주지 못하는 선생이 되어서 나는 부끄럽다. 그 때문에 그들은 계속 부모의 돈을 들여, 혹은 고생하며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들여 일 년이 넘게 레슨을 받는다. 학생의 숫자는 늘어만 가고... 모르는 사람들은 나더러 더 많이 벌테니 좋은 일이 아니냐고 하겠지만, 숫자가 쌓여갈 수록 나는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