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19일 수요일

평화로움.

조금만 더 자고 싶었는데 외출해야하는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고양이 순이가 곁에서 내 얼굴을 앞발로 꾹꾹 찔러보고 있었다. 나는 순이를 와락 끌어안고 선잠을 조금 더 잤다. 직전의 상황은 같은 자리에 순이 대신에 양아치 고양이 꼬맹이가 있었다.
낮에는 집안의 고양이들을 전부 목욕시켰다. 순이가 끝없이 투덜거리면서 씻겨지고 있는 동안 다른 고양이들은 욕실 문 앞에 줄지어 서서 근심어린 표정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그리하여 욕실 앞에 줄을 선 순서대로 한 마리씩 목욕을 했고, 그 털북숭이들을 말려주고 닦아주느라 여러 장의 수건이 흠뻑 젖었다.
겨울의 정오 무렵. 창문에는 햇살이 가득하고 목욕을 마친 고양이들은 기분이 좋아져서 각자 자리를 잡고 졸기 시작했다. 기껏 아내가 바닥 청소를 해놓았더니, 빗질이 끝난 뒤에 굴러다니는 고양이 털들로 다시 어지러워졌다.
마음도 개운해졌고, 차가운 강바람이 불고 있는 한 낮의 공기가 상쾌했다. 잠들어 있는 고양이들을 하나씩 쓰다듬어 줬다. 평화로운 느낌에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곧 악기를 들고 집을 나와 일터로 떠났다. 아내는 아마 다시 청소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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