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6일 토요일

아이팟


서랍을 정리하다가 옛 모델 아이팟을 꺼내어 충전을 했다. 불과 6년 전까지도 매일 들고 다니며 사용했던 기계였는데 더 이상 쓰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새 맥오에스에서 이제는 제대로 동기화가 되지도 않았다. 나는 애플뮤직을 사용하고 있고, 아마도 그 이유로 컴퓨터 하드디스크의 보관함을 바르게 싱크로나이징 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는 것 같았다. 이제는 제조한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는 구형 기계가 되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멀쩡히 작동하는 기계를 사용할 수도 없게 해놓았다니.

내 아이폰은 벌써 4년이나 되어서, 이제 슬슬 배터리가 빠르게 닳아 없어지고 있다. 배터리를 교환하면 더 쓸 수 있겠지만 굳이 그렇게 하고싶지는 않고, 자동차 안에 두고 다니며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하드디스크 아이팟에 음악을 새로 담아두고 싶었다. 결국 동기화가 되지 않는 기계를 다시 서랍에 넣어두고, 해결방법은 나중에 찾아보거나 하기로 했다.

가끔 선잠이 들었을 때에 나는 어릴적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수십 년 전에, 나는 어두운 방에서 손끝으로 더듬어 오디오의 시디 트레이를 열고, 음악 시디 한 장을 용케 집어넣어 작은 음량으로 틀어둔채 잠들고는 했다. 지금 내 자동차에는 시디 플레이어가 있긴 하지만, 나는 마지막으로 시디라는 것을 트레이에 넣어본 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매일 음악을 들으면서 작은 전화기 한 개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고맙기도 하면서, 어딘가 서운하기도 하다. 케이블을 모두 분리하여 방 한 쪽에 가구처럼 놓아둔 오디오를 다시 연결해볼까 생각하다가, 지금은 필요없이 분주한 일을 벌이지 않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집안의 가구도 다시 배치해보고 싶은데, 아직은 못하겠다. 봄이 오고 몸이 조금 더 나아지면 하기로 한다.

2021년 1월 11일 월요일

겨울

 


엄마를 모시고 시골집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바깥은 추웠다. 나는 요즘 부쩍 더 추위를 느껴서 몸이 덜덜 떨렸다.

갑자기 산 위에서 검은 개 한 마리가 내려왔다. 그 개는 사람들을 슬쩍 쳐다보더니 개의치 않고 무슨 약속이라도 있다는 듯 성큼 성큼 걸어서 지나갔다. 목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제 집을 찾아가거나, 아니면 잠시 마실을 나온 것 같았다. 나는 너무 멀찍이 있어서 다가가 인사를 할 겨를이 없었다. 흰 눈 위에 낯선 개의 발자국이 가지런히 찍혀 있는 것을 보니 재미있었다.

통증 때문에 허리에 파스를 자주 붙여야 한다. 아내가 그것을 도와주다가 밝게 불을 켜고 내 허리를 살펴보더니 멍이 들어있다고 알려줬다. 계속 통증을 느끼는 오른쪽 허리 부분을 나 혼자 주먹으로 심하게 문질러댔더니 그만 멍이 든 모양이었다. 멍든 피부 보다 통증을 느끼는 안쪽이 더 거북하여 나는 오늘도 혼자 여러 번 그곳을 문질러 댔다. 

무엇이라도 해야 하고, 하고싶은데, 아무 것도 못하며 겨울을 보내고 있다. 무기력해지는 기분을 그대로 두기 싫어서 볼일이 없어도 자꾸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 낮에 보았던 무심한 개처럼, 사람들은 아랑곳 없이 겨울이 심드렁하게 지나가고 있다.

2021년 1월 6일 수요일

눈이 많이 내렸다.


이틀 전에는 병원에 가서 진료를 하고, 내과에서 권해준대로 간염 예방접종을 했다. 통증이 조금 없어진 것 같아서 운전을 조금 오래 했더니, 집에 돌아와 그만 바닥에 누워버리게 되었었다.
큰 눈이 내렸다. 도로에 눈이 가득 쌓였다. 뉴스를 보니 도로가 많이 막히고 차량이 눈길 위에서 미끄러지고 있었다.

늦잠을 자고 일어났더니 아내는 그 사이 밖에 나가서 눈을 치우고 있었다. 외투를 입고 나가 보았다. 사람들은 밖으로 나와 쌓인 눈 위에서 놀고 있었다. 어린 아이를 데리고 나온 어떤 젊은 남자는 기껏 다른 사람이 치워 놓은 눈을 아이에게 뿌리고 던지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아내가 다가가서 그 사람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알려줬다. 그는 얼버무리는 투로 대답은 하였지만 별로 알아들은 눈치는 아니었다. 사실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의 사람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런 짓은 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내일 아침 일찍 다른 과 진료를 위해 병원에 또 가야 한다. 아침이 되어 도로 상황을 본 후 필요하다면 지하철을 이용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고양이 깜이가 방 구석에 저런 자세로 앉아서, 나와 아내를 번갈아 바라보고 있었다. 앞에 다가가 앉아서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싶었지만 나는 겨우 그런 정도의 동작도 아직은 쉽게 하지 못하고 있다.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고양이도 우스웠고, 허리 통증 때문에 간단한 움직임도 느리게 하고 있는 내 모습도 우스웠다.

2021년 1월 3일 일요일

아직 낫지는 않았다.


나는 아직 다 낫지 않았다. 먹어야 할 약들도 아직 많이 남아있다. 나는 병원에서 약 봉지에 적어준 지시에 따라 매일 두 번, 세 번씩 약을 먹고 있다. 이제 몇 번의 진료를 마치고 나면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아도 좋을 수 있도록, 시간에 맞춰 약을 잘 챙겨 먹고 있다.

어쩌면 COVID19 감염병으로 이렇게 공연도 못하고 일이 없을 때에 아팠던 것이 다행이었을지도 모른다. 바쁘게 움직여야 할 때에 병원에 누워있게 되었다면 훨씬 더 나빴을 것이다. 물론 쓰러지거나 입원하는 일이 처음부터 없었어야 제일 좋았겠지만.

새해가 밝았다. 이런 모양으로 새해를 맞게 될줄은 몰랐다. 판데믹이 지금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었다. 봄이 오기 전에 내 몸이 다 낫고, 여름이 지날 즈음에는 감염병 때문에 겪는 이 난리도 끝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