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5일 금요일

경주에서 공연했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많았다. 좋은 날씨였다. 나는 이것이 어제 발생한 멕시코의 강진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멕시코에서 벌어진 지진은 아마도 같은 판에 위치한 일본과 미국 서부에도 영향을 줄 것이었다.

그리고 열차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경주였다.

공연으로만 말하자면, 보기 드문 최악의 상황이었다.
고분 앞에 무대를 꾸미고 용이라든가 꾸불거리는 것을 금색으로 칠한 조형물을 세웠다. 그것이 미적으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어쩐지 '신라'에 대한 강박이 이상한 형태로 표현되는 느낌이었다.

악기가 좋지 않았다거나 음향이 너무 나빴다는 것은 사실 부차적인 이야기이다.
연주자는 그냥 맡은 무대에서 연주나 하고 오면 그만일 것이다. 이러쿵 저러쿵 푸념을 해보았자 소용이 없는 것을 이제는 잘 안다.
그런데 누구나 그렇게만 생각하고 넘어간 결과, 여전히 음악공연의 수준은 이십 년, 삼십 년 전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게 되었다.

모니터 스피커를 공연 도중에 완전히 꺼달라고 부탁한 후, 진동과 느낌만으로 연주해야 했다. 그것은 뭐 그런대로 괜찮았다.

이것은 기록해두기로 한다.
공연 중에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난입하여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선출직 공무원은 이제 그만 뽑아주는 것이 좋다. 그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도 좋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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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13일 수요일

고양이 친구를 만났다.


새벽에 시골에 다녀와야했다. 잠이 모자라 거의 정신을 잃을 뻔 했다.
볕이 뜨거웠다.
그늘에 있으면 추위가 느껴질 정도의 바람이 불었다.
아무래도 며칠 안에 감기가 찾아올 것 같았다.

일찍 마칠 줄 알았던 일정이 길어지고, 나는 시간을 확인하며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어서 돌아가 해야할 일과 약속이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데나 누워 잠들고 싶었던 즈음, 고양이 소리가 났다. 작년에 그곳에서 아내와 함께 만났었던 그 고양이였다. 고양이는 나에게 다가와 머리를 부비고 몸을 비비며 좋아했다. 나는 피곤한 것을 잊어버렸다. 고양이를 따라갔다. 고양이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그 집에서 가장 그늘이 시원한 마당이었다.

작년 3월, 그 고양이를 만나 쓰다듬어주고 인사를 했을 무렵에는 내 고양이 순이도 살아있었다. 순이는 떠나고 없는데, 너는 잘 살아있었구나, 하며 여러번 어루만져줬다.

오늘 오후에 있었던 유일한 즐거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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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9일 토요일

진천에서 공연했다.


고려 초엽에 만들어졌다고 하는 돌다리를 건너 숲속에 있는 무대에 도착했다.
큰 강이 보였다. 나중에 알고보니 저수지였다. 돌다리 아래에 흐르던 것은 금강으로 달려가는 세금천이었다. 큰 강인줄 알았던 것에는 초평호라는 이름이 붙어져 있었다. 사실은 저수지였지만 호수라고 해도 좋을 풍경이었다.

아길라 앰프의 소리가 좋았다.
조금 더 늦은 저녁에 공연을 했었다면 숲속에서 울리는 소리가 더 듣기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조명이라든가 다른 문제 때문에 아마도 해가 떠있는 시간에 공연을 진행하여야 했을 것이다.

연주를 마치고 악기를 차에 실어 주차장으로 보낸 후 사람들의 행렬을 따라 산에서 내려와 다시 농다리를 건넜다. 어떤 남자가 다가와 뭔가를 물어보았다. 나에게, 군복무를 어디에서 했느냐고 했다. 그런 질문을 할 사람이 누구일까, 싶어 남자의 얼굴을 보았더니 나의 군대 동기였다. 훈련소를 함께 나와 같은 부대에 배정받은 후에 그는 고민 끝에 하사관에 지원했었다. 무척 반가왔다. 어깨를 두드리며 인사를 주고 받았다. 다만, 이름이 얼른 떠오르지 않아서 많이 미안했다. 함께 사진을 찍고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새벽에 친구를 공항버스 타는 곳에 데려다주기로 약속을 했었다.
밤중이 되니 몸은 지치고 졸음이 쏟아졌다. 집에 들렀다가 다시 새벽에 운전하며 나가기가 더 어려울 것 같았다. 나는 친구의 집으로 곧장 갔다가, 새벽에 그를 데려다 주고 버스에 올라타는 것을 보며 인사를 했다.

긴 하루였다.


2017년 9월 6일 수요일

어린 고양이와 동물병원에.


한쪽 귀가 무슨 일이었는지 구겨진 채로 되어있는 어린 고양이 까미.
귓속을 진료하기 위해 몇 주 동안 동물병원에 다니고 있다.

오늘은 낮 시간에 나 혼자 까미를 데리고 다녀왔다. 고양이의 양쪽 귀가 모두 전보다 많이 나아져있었다. 먹는 약을 잘 먹였기 때문일 것이라고 수의사 선생님이 말해줬다.

동물병원에 갓난 아기 고양이가 있었다.
까미는 진료를 마친 후에도 이동장 안에서 칭얼거렸다. 이동장을 아기 고양이 앞에 놓아두었더니 두 어린 고양이가 서로를 쳐다보며 잠시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