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5일 금요일

경주에서 공연했다.


바람이 불고 구름이 많았다. 좋은 날씨였다. 나는 이것이 어제 발생한 멕시코의 강진과 관련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멕시코에서 벌어진 지진은 아마도 같은 판에 위치한 일본과 미국 서부에도 영향을 줄 것이었다.

그리고 열차에서 내려 도착한 곳은 경주였다.

공연으로만 말하자면, 보기 드문 최악의 상황이었다.
고분 앞에 무대를 꾸미고 용이라든가 꾸불거리는 것을 금색으로 칠한 조형물을 세웠다. 그것이 미적으로 아름답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기야 하겠지만, 어쩐지 '신라'에 대한 강박이 이상한 형태로 표현되는 느낌이었다.

악기가 좋지 않았다거나 음향이 너무 나빴다는 것은 사실 부차적인 이야기이다.
연주자는 그냥 맡은 무대에서 연주나 하고 오면 그만일 것이다. 이러쿵 저러쿵 푸념을 해보았자 소용이 없는 것을 이제는 잘 안다.
그런데 누구나 그렇게만 생각하고 넘어간 결과, 여전히 음악공연의 수준은 이십 년, 삼십 년 전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게 되었다.

모니터 스피커를 공연 도중에 완전히 꺼달라고 부탁한 후, 진동과 느낌만으로 연주해야 했다. 그것은 뭐 그런대로 괜찮았다.

이것은 기록해두기로 한다.
공연 중에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난입하여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선출직 공무원은 이제 그만 뽑아주는 것이 좋다. 그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하여도 좋은 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