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3일 목요일

십일월이 되었다.


집에는 낡은 책이 많다.
서적을 구입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아침에 아내가 읽고 있던 책에 대해 말을 걸었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 읽을 책이 없어."

원래 그런 거다.
시디나 책이나 구입하고 모아 놓아도 문득 소파에 앉아서 듣거나 읽을 것이 없기 마련이다.

십일월이 되었다.
지난 일요일은 내 고양이 순이가 죽은지 백 일이 되었던 날이었다.
아무에게도 말 하지 못했지만, 나는 혼자 강가에 나가서 순이를 떠나 보냈던 아침처럼 긴 의자에 앉아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의식을 치르거나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냥 마음 깊이 그리워했다.

십여년 전에 이사를 다니며 가지고 있던 책을 많이 처분해야 했다. 이제는 그것이 아깝게 여겨지지 않는다. 낡은 책은 버려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두 번 다시 펴 보지 않았을 책들이었다.
집안에 무엇을 더 채울 것이 아니라 하나 둘 씩 버리고 잊는 습관을 가져보겠다고 생각했다.


2016년 10월 25일 화요일

그리워했다.


꿈에서 순이를 보았다.
그리고 잠을 깨었다. 밖은 깜깜했다. 두 시 반이었다.

순이가 떠난지 아직 백일이 되지 않았다.
고양이 순이가 내 어깨에 볼을 기대고 그르릉 거리던 시절이, 어느 날에는 아득한 옛 일 같기도 했다. 어떤 아침에는 어제의 일 처럼 느껴졌다. 매일 꿈에서 고양이를 보았었다가 한 동안 꿈을 꾸지 않고 지냈다.

꿈 속에서 한 번도 내 고양이를 만지거나 다가가 안아 보지 못했다.
다시 꿈에서 만나게 되면 와락 다가가지 않으려고 한다.
그냥 눈이라도 마주치면 이름을 부르며 웃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2016년 10월 23일 일요일

고양이들과 밤을 보냈다.


며칠 사이 오랜만에 낮과 밤이 바뀌어 버렸다.
초저녁에 잠들었다가 자정 즈음 일어나 커피를 마시고 스프와 통밀빵을 먹었다.
고양이 꼼은 비좁은 상자에 몸을 구겨 넣고 졸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고양이 이지는 이미 잠을 깨었으면서도 여전히 자는 체 하고 있었다.
이름을 부르면 양쪽 귀만 쫑긋 거렸다.

나는 편안하게 드러누워 자다가 일어났는데, 목과 어깨와 허리에 통증이 심했다.
혹시 집안이 추워서 고양이들이 웅크린 채로 자고 있는 것인가 하여 난방장치를 켜주었다.

2016년 10월 21일 금요일

서교동에서 연주를 했다.


친구들과의 블루스 팀 공연은 드문 드문 계속 하고 있다.
금요일 저녁에 서교동의 클럽에서 블루스 공연을 했다.
연주를 하고 있는 시간은 즐겁기 때문에 언제나 짧게 느껴진다.

금요일 서교동 거리에는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건물 사이에서, 자동차의 바닥에서 길고양이들이 사람들의 발을 피하며 다니고 있었다.
어디에나 음악 소리가 들렸다.
해가 저물면 불빛들이 거리를 밝혔다.

연주를 마치고 혼잡한 도로를 빠져 나오면서 아무도 부르지 않을 노래와 아무도 기억하지 않을 멜로디를 흥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