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3일 목요일

십일월이 되었다.


집에는 낡은 책이 많다.
서적을 구입하지 않은지 오래 되었다.
아침에 아내가 읽고 있던 책에 대해 말을 걸었다가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집에 읽을 책이 없어."

원래 그런 거다.
시디나 책이나 구입하고 모아 놓아도 문득 소파에 앉아서 듣거나 읽을 것이 없기 마련이다.

십일월이 되었다.
지난 일요일은 내 고양이 순이가 죽은지 백 일이 되었던 날이었다.
아무에게도 말 하지 못했지만, 나는 혼자 강가에 나가서 순이를 떠나 보냈던 아침처럼 긴 의자에 앉아 강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있었다. 무슨 의식을 치르거나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냥 마음 깊이 그리워했다.

십여년 전에 이사를 다니며 가지고 있던 책을 많이 처분해야 했다. 이제는 그것이 아깝게 여겨지지 않는다. 낡은 책은 버려져도 좋다고 생각했다. 두 번 다시 펴 보지 않았을 책들이었다.
집안에 무엇을 더 채울 것이 아니라 하나 둘 씩 버리고 잊는 습관을 가져보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