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0일 토요일

스페이스 공감 녹화

밴드의 멤버들은 각자, 이 밴드의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서 독특한 경험을 하고 있다.
두 번 다시 '밴드'는 하지 않겠다고 했던 나는 어느새 하루중 대부분을 이 밴드의 일에 관한 생각에 골몰하고 있고... 나와 똑같은 말을 했던 다른 한 사람도 나처럼 밴드의 일정을 위해 자신의 사생활을 내어놓았다.
음악적인 일과 음악 이전의 삶에 대한 일들은 아무리 오래 배워도 끝이 없다.

원테이크니 뭐니를 가지고 질문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이 무슨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동시에 합주하며 녹음하는 것이란 새로운 것도 아니고 획기적인 방법도 아니다. 나중에는 각자 부스에 들어가 앉아서 더빙을 수백번하며 녹음해야 더 좋은 곡이 생길지도 모르는 것인데... 어쨌든 방식과 수법의 문제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떤 음악은 지금 우리들의 작업처럼 스냅사진을 찍듯이 녹음하는 것이 좋은 것이고, 또 다른 경우엔 외과수술 하듯이 정교하고 완벽하게 꾸며져야 좋은 음악도 있는 거다. 스냅사진을 찍거나 외과수술을 하거나간에, 어쨌든 완벽한 것은 없다. 너무 완벽해서 불완전하고 불편한 음악도 많다. 비워두는 것이 더 아름다울 때도 있는 것이고.

사람을 사랑하듯, 음악을 들으며 좋다고 말할 때엔 뭐라고 이유를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순수한 태도일 경우가 많다. 좋은 사운드가 무엇인지를 데시벨과 음압의 수치로 가르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왜 그를 사랑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려고 시작할 때에 이미 사랑과 별개의 것을 끌어와 이유로 삼게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설령 이유가 있더라도 그것을 핑계삼지 말자. 아무리 얼룩이 묻고 주름이 늘었어도 음악 앞에서의 태도만큼은 단정해지면 좋겠다. 연애도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좋은 음악을 들으며 춤을 추는 느낌으로 사랑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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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8일 목요일

공감 공연


상암동의 공연때에 도로에 차가 막혀서 그만 리허설 시간에 맞춰 공연장에 도착하지 못했었다.
이제 절대로 그런 일은 없게 하겠다며 작정하고 약속시간 세 시간 전에 집을 나섰더니, 약속시간 두 시간 전에 도착해버렸다. 이런 날에는 도로도 막히지 않는다.
커피 두 잔 마시고, 담배 피우고 바람냄새도 맡고, 건물옆 볕이 드는 길목에서 햇볕쬐던 고양이도 쳐다보았다.

이틀간 이어질 이번 공연은 음반의 곡들을 순서대로 연주하는 내용이 되어버렸다.
녹화되어 방송되어질 때에 몇 곡은 걸러지거나 하겠지만.
음반 녹음 이후에 이것 저것 궁리를 해보았던 이펙터 세팅으로 연주하기로 했다.
POG와 두 개의 옥타브 이펙터를 섞어서 빈번하게 조합을 바꾸며 연주했다. 어떤 소리로 기록이 될지 궁금하다.
퍼즈는 베이스용 빅머프를 썼다.
악기는 Moollon과 Fender Jazz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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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5일 월요일

급했던 상황


지난 달 24일의 일.

정식 공연 무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연달아 음악을 연주하고 있던 시간.
분명히 공연 직전 볼일을 보고 시작했는데... 두 곡이 끝나고 나니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졌었다.
처음엔 그냥 참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목이 말라 물을 몇 모금 마셨더니 그때부터 급속도로 내장의 일부가 팽창하는 느낌이 밀려왔다.
적절한 때를 기다려 조용하고 느린 몸짓으로 악기를 내려놓고 무대를 빠져나와 허겁지겁 뛰어서 화장실로 뛰어갔다. 갈등과 번민을 해소하고...

다시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점잖은체 하며 무대로 올라갈 수 있었다.
얼마나 편안해졌는지 그 후의 연주는 평소보다 잘 되어진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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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4일 일요일

틈이 없는 생활


시월의 일정표를 펴두고 퍼즐게임 하듯이 시간표를 짜고 있기를 며칠째.
밴드의 일정들이 많은 달에는 매일 해야하는 일들을 이리 저리 미루고 당겨 시간을 맞춰야한다.
이 달의 경우엔 어차피 모든 곳의 일정을 균형있게 짜맞추기는 틀렸다.
좋지 않은 머리를 아무리 굴려도 어느쪽에는 미안하게 되어있다.
빈둥거리며 놀 수 있는 하루를 더 벌고 싶어서가 아니라, 휴식없이 밀리며 다니다가 성의없이 대충 지나가버리는 어떤 날을 만들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다. 내 능력이란 것이 한 달을 꾹꾹 채워가며 모든 일을 다 잘해내기엔 모자라기 때문이다. 나라는 인간은 원래 방구석에서 뭉기적 거리다가 가끔씩 외출하는 밤이 생기면 좋은 게으름뱅이 아니었던가. 적성이라면 그쪽이 맞을 것이다.
열심히 계산하여 보아도 (사실은 계산도 제대로 하지 못하지만) 결국 약속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줄여버리고 있다. 지키지 못한 약속을 보상하겠다며 다음달의 달력을 펴면 새로운 퍼즐게임의 연속인 생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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