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9월 7일 일요일

바가지.


집 근처에는 음식점들이 많이 있다.
가끔 먹고 싶은 것을 결정하지 못할 때에 슬쩍 동네 어귀를 어슬렁 거리다가 아무 곳에나 들어가서 한 끼를 먹을 때가 있다. 대부분 먹을만한 음식을 내는 식당들이어서 갈 곳이 많다.
오후, 늦은 점심을 먹으러 모험삼아 들어갔던 식당에서 보리밥을 주문했더니 큰 양푼 그릇 두 개와 바가지에 담긴 밥을 내왔다. 예상하지 못했던 소품에 놀라고 키득거리면서 맛있게 먹었다.

찍어뒀던 사진을 보다가 텅 빈 바가지 두 개와 밥풀이 묻은 주걱을 보고 있으니, 우리가 먹는 비빔밥이란 아무래도 너무나 곤궁하여 먹을 것이 없었던 탓에 발명되었던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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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와 여치.


바가지가 등장했던 식당에서 개구리와 여치를 만났다.
언제나 밤생활, 콘크리트 건물과 건물을 자동차 페달 위에 발을 얹은채 돌아다니는 생활만 하다가 보니 개구리와 여치가 반가왔다.


내 눈에는 여간해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나는 삭막한 일상을 너무 오래 지내고 있었던 것인가 보다. 지난 번 민달팽이도, 풀잎 색으로 완벽하게 몸을 감췄던 여치도 모두 아내가 발견했다. 아내는 나보다 시력이 좋지 않은데도.
아내가 동경에서는 개구리며 벌레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나는 서울에서도 얘네들을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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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9월 6일 토요일

괴물 고양이.


물욕이 심한, 절대로 손에 쥔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하는 못되게 생긴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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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공연.


이른 시간에 리허설을 하고 낮에 공연을 하려다 보니 멤버들 대부분은 졸음을 참고 있었다.


그런데 소리가 좋았다. 특별한 엔지니어 분 덕택일 수도 있고 극장의 시설이 좋아서였을 수도 있지만 나는 역시 베이스 앰프에 마이크를 사용해줬기 때문이라고 믿고 있다. 무대에 도착했더니 앰프 캐비넷에 마이크가 턱 박혀 있고 어느 곳에도 D.I. 박스가 없었어서 무척 좋아했다. 당연한 것으로 되어야할 마이크를 보고 좋아하다니, 원... 
물론 이런 엔지니어 분들은 '앰프 볼륨을 줄여주세요'라는 주문도 하지 않는다. 자주 변하던 무대 위 모니터의 밸런스를 공연 도중에 계속 바로잡아주고 있는 것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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