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8월 15일 수요일

고양이 순이의 잠자리.


순이는 그동안 언제나 내 곁에서 함께 잤다.
내가 깨어있으면 순이는 졸리운 것을 견디면서도 내 곁에 다가와 함께 있었다.

함께 사는 고양이와 사람엄마가 생긴 이후, 순이는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었나보다. 어느 곳에 자리를 잡고 앉거나 누워도 만족스럽지 않은 표정을 하고 있기도 했다.
이불을 세탁하고 새것으로 바꿔놓았다. 고양이 순이는 멀리서 달려와 제일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누워버렸다. 그러더니 그곳을 떠나지 않고 그대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보니 유진의 다리를 조금씩 밀어내며 자신의 공간을 확보해두고 있었다.

순이는 며칠 비바람이 조금 불었다고 계속 이불을 찾고 있었다.
조용히 잠들어있는 식구들을 다시 깨우지 않기 위해 살짝 방문을 닫고, 나는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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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나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게임은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플레이 스테이션이니 엑스박스니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여전히 컴퓨터 게임이니 게임기계에는 흥미가 없거나 흥미를 가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었다.무엇인가에 사로잡히면 악기연습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무엇에 몰두하면 다른 일을 하나도 제대로 못한다.
이번에 유진이 가지고 싶어했어서 덜컥 두 개를 구입했다.

그러나 고작 하고 있는 짓은 영어삼매경 정도. 가끔씩 둘이서 할 수 있는 게임 정도일 뿐이다. 아직 한국에서 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많이 없었다. 닌텐도에서 할 수 있는 미디프로그램도 있다고 하는데 역시 국내에서는 구할 수 없다.

게임이란 문학이다. 기술적으로 잘 만들어져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게임이란 인간의 예술적 환상의 구현일지도 모른다. 사람이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전염되고 전이된다. 언젠가는 마리오와 루이지가 아브라함이나 베오울프처럼 여겨질지도 모른다.
마리오는 성을 향해 힘껏 뛰고 달리며 다치고 멍들어도 해맑게 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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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14일 화요일

고양이 에기.


고양이 에기는 이른 아침에 잠을 깨었던 모양이었다.
유진이 예쁘다며 봉지에 담아왔던 발판과 매트들은 모두 고양이들의 여름용 방석이 되어있었다. 커텐 사이로 햇빛이 조금 들어오는 자리에서 에기는 문득 주변의 모든 것이 다 궁금하다는 듯 호기심 가득한 얼굴을 하고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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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13일 월요일

축축하고 더웠다.



아이포토를 넘겨보다가 우연히 수년 전에 찍었던 사진을 발견했다.
그 해 여름은 정말 등허리가 녹을 것처럼 더웠었다.
공연을 마치고 주차장으로 걸어가다가 자동차가 막 빠져나간 자리에 어미 고양이가 털썩 주저앉는 것을 보았다. 그 뒤로 어린 고양이들이 따라와 엄마 고양이의 젖을 물기 시작했다.
무더웠던 날이었다. 밤중이어서 어느정도 식어있었겠지만, 아스팔트 바닥은 정말 많이 뜨거웠을 것이다.

오늘도 축축하고 덥다. 이 정도라면 너무 덥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그래도 여전히 비가 내리면 기분이 좋다.
비개 내리는 것은 좋은데, 우리 동네의 고양이들이 빗방울을 잘 피하고 있는지, 깨끗한 물은 마시고 있는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가끔씩 마주치는 동네 고양이들에게 인사를 하며 밥이라도 챙겨줬으면,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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