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6일 화요일

맛있게 빵을 먹었다.


춥지 않은 겨울 날씨가 계속 되고 있었다.
그래도 겨울인데, 나는 날씨를 얕잡아 보았다.
얇은 옷을 입고 외출을 했다가 몸이 추워져서 떨었다.

편의점에 들어가 담배 한 갑을 사려 했는데 데워지고 있는 빵 냄새에 이끌려 두유 한 병과 빵 한 개를 사 먹었다.

맛있게 빵을 먹었다. 다시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더니 입김이 훅 하고 공중에 퍼졌다.



2007년 1월 7일 일요일

고양이와 겨울을 보내고 있다.


집에서 나올때엔 환기를 좀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창문을 열어뒀었다.
그런데 밖에서 오래 머물게 될 줄을 미처 몰랐다.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 눈가루를 함께 날리던 차가운 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난방장치도 꺼두고 나온 집안에 혼자 있을 고양이를 많이 걱정했다.
아침 해가 밝아서야 집에 돌아가면서 몹시 과속을 했다. 내 고양이가 추워서 웅크린채 밥을 굷고 있을 것 같았다.

집에 돌아와 고양이를 불렀더니 가늘게 야옹하는 소리만 들렸다.
보통은 내가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달려와 발 앞에서 한 바퀴 몸을 굴리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순간 또 걱정을 했다.

알고보니 고양이 순이는 내가 켜두고 나갔던 전기담요 위에서 등과 배를 잔뜩 지지며 잠만 잤던 모양이었다. 어루만지고 안아주려는데 털이 따끈따끈했다.
가습기 가까운 곳에 누운채 몸을 일으켜 인사를 하는체 하더니 이내 다시 옆으로 누워 힐끗거리면서도 자던 잠을 더 자려고만 했다. 잠에 취한 것 처럼 보였다.
다행이다, 다행이다.
겨우 마음을 놓았다.
나는 고양이에게 미안하다고, 여러 번 말해줬다.


2007년 1월 2일 화요일

한 해를 떠나 보냈다.


연말 공연들의 사진들을 받아 보고 정리해 뒀다.
이제야 비로소 무엇인가 끝이 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 해 동안 내가 걷던 길에서 이리 저리 엉켰던 인연들, 나란히 걸어줬던 사람들에게 고마왔다.


연말 공연 리허설.


따뜻하게 입고 있었는데도 넓은 극장은 추웠다.
리허설을 하는데 손이 시려웠었다.

사흘 동안의 공연들은 매일 조금씩 달라졌었다. 곡이 바뀌었고 편곡이 그 자리에서 수정되었다. 하지만 함께 했던 사람들은 모두 차분하고 여유로왔다.

기분 좋은 사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