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6일 수요일

내 고양이의 생일.


샴고양이 순이가 두 살이 되었다.
세상에 태어난 직후의 모습은 본 적이 없지만 나와 함께 살기 직전의 모습을 담아뒀던 것이 있어서 꺼내어 보았다.


그 겨울밤을 기억한다.
우연하고 즉흥적인 동기로 어린 고양이를 외투 주머니에 넣어 집에 돌아왔었다. 그 때엔 몰랐었는데, 내가 고양이 순이를 데려 온 것이 아니라 내 고양이 순이가 나를 선택했던 것이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없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조그만 고양이가 나를 졸졸 따라와서 물끄러미 올려다보더니 내가 내민 손 위에 뛰어 올랐던 것이었다. 내 몸과 마음이 피폐했던 시절을 반대로 틀어 놓는 시작이 되었던 눈 내리는 겨울밤이었다. 내 외투의 주머니에서 고개만 빠금 내민채 내리는 눈을 신기하게 바라 보던 고양이 순이의 모습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순이는 많이 컸다. 점점 더 칭얼대고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심술도 부리고 가끔씩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런데도 어딘가 (나와는 다른) 의젓함을 잃지 않는다. 고양이를 먼저 길러 보았던 야옹이 선배들의 증언들이 모두 옳았다. 고양이는 길러지는 동물이 아니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동거생물이었다.


순이에게 두 살 생일을 축하해주면서 간식 깡통을 따주었다.
내가 멍청하고 앞가림을 하지 못하는 것이 불안하므로, 부디 내 고양이가 스스로 알아서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주면 좋겠다.


나는 고양이 순이에게 고마와 하며 한쪽 팔에 순이를 안은채 방 안을 돌아다녔다.
순이, 생일 축하.


2006년 9월 5일 화요일

재즈 공연

Linley Marthe

빅터 우튼의 공연이 식상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올해 자라섬 페스티벌은 가보지 않아도 되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그런데 태선이의 배려로 티켓이 생기고... 랜디 브레커 밴드의 드럼 세션으로 스티브 스미스가 오신다는 소식에 마음이 흔들리던 중이었다.
드러머가 스티브 스미스라면 그 밴드의 베이스 세션은 James Genus 일 가능성이 컸다. James Genus 는 매력있는 베이스 연주를 하는 사람이다. 그의 솔로도 훌륭하지만 워킹베이스도 좋다.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기대가 더 크다.

그런데 정말 볼만한 것이 더 있었다. 조 자비눌 어르신의 Zawinul Syndicate의 공연이 마지막 날 밤에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베이스를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빅터 우튼의 쇼를 놓지고 싶어하지 않겠지만, 내 생각에는 그 보다도 이번 페스티벌에서 현재 Zawinul Syndicate 의 베이시스트인 Linley Marthe 의 연주를 볼 수 있으면 행운이다. 아직 이번 공연에 그가 참여하는지는 모르고 있지만.

조 자비눌이 그동안 고용했던 베이시스트들은 모두 최고의 연주자들이었다. 말 할 필요 없이 Jaco Pastorius 가 있었고, Victor Bailey, Gerald Veasley, Miroslav Vitous, Jimmy Haslip, 그리고 Richard Bona의 동향 출신 선배인 Etienne MBappe 가 있었다. Etienne MBappe 의 후임으로 리차드 보나가 참여했던 것이었고, 그 후에 합류하게 되어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 사람이 Linley Marthe이다.

Linley Marthe의 연주는 비교적 전통적이고, 약간은 노골적으로 보일만큼 자코의 것을 가져와 쓰고 있다. 피크가드를 떼어내고 Badass 브릿지를 부착한 '70년대 펜더 재즈베이스를 사용하고 있다. 그의 동영상을 구경한 적이 있는데 무서운 테크닉이었다.
지금 Zawinul Syndicate의 편성은 키보드 외에 기타, 보컬, 드럼, 두 명의 타악기 연주자까지 있어서 그의 베이스만을 듣고 즐기기엔 버거울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번에는 꼭 찾아가서  직접 공연을 보고 싶어졌다.

매년 가을 초엽에 며칠 동안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재즈 페스티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2006년 9월 4일 월요일

잡지를 구경하다가...

2006년 9월호 베이스플레이어지에 리차드 보나의 기사와 인터뷰가 실렸다. 사진에서 보이는 마흔 살의 보나는 훨씬 더 원숙해지고 자유롭게 보인다.
인터뷰 내용에 흥미로운 것들이 가득해서 보나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선물이 될 것 같다. 올 여름의 빅터 우튼 베이스캠프에도 참여했었고, 뉴욕 대학에 강의를 하기 시작했다는 내용도 있다. 또 그의 팬들이 서로 억측을 주고 받으며 궁금해하던 악기와 보컬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었다. 내가 멋대로 추측했던 내용들이 사실과 달랐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앨범 Tiki에 실려있는 Ba Senge라는 곡에 사용된 베이스를, 나는 의심하지도 않고 당연히 포데라 임페리얼 5의 소리라고 믿고 있었다. 그의 공연에서 들었던 소리와 똑같으니까,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가 밝히기로는 그 앨범에서 그 곡만 '66년도 펜더 재즈베이스로 연주했다는 것.

bassplayer.com


우리는 잠꾸러기


내 우울한 증세는 회복이 더디다.
종류가 다른 스트레스들 때문인지 잠을 길게 못 자고 있다.
날씨가 조금 선선해졌다고, 고양이는 새벽 마다 침대에 숨어 들어와 수건이나 이불을 둘둘 말은채로 잠을 잔다.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 세수를 하고 돌아왔더니 저 모습으로 앉아서 여전히 졸고 있었다.
일어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아직 잠이 깨지 않았거나, 더 자고 싶은데 내가 부스럭 거리는 바람에 선잠을 깨었던 것이었나 보다.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웃을 참다가 그만 터뜨리고 말았다.

고양이 순이는 결국 이불을 몸에 감은채로 한참을 더 자다가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