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6일 수요일

내 고양이의 생일.


샴고양이 순이가 두 살이 되었다.
세상에 태어난 직후의 모습은 본 적이 없지만 나와 함께 살기 직전의 모습을 담아뒀던 것이 있어서 꺼내어 보았다.


그 겨울밤을 기억한다.
우연하고 즉흥적인 동기로 어린 고양이를 외투 주머니에 넣어 집에 돌아왔었다. 그 때엔 몰랐었는데, 내가 고양이 순이를 데려 온 것이 아니라 내 고양이 순이가 나를 선택했던 것이었다. 고양이와 함께 살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없었는데,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조그만 고양이가 나를 졸졸 따라와서 물끄러미 올려다보더니 내가 내민 손 위에 뛰어 올랐던 것이었다. 내 몸과 마음이 피폐했던 시절을 반대로 틀어 놓는 시작이 되었던 눈 내리는 겨울밤이었다. 내 외투의 주머니에서 고개만 빠금 내민채 내리는 눈을 신기하게 바라 보던 고양이 순이의 모습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순이는 많이 컸다. 점점 더 칭얼대고 다양한 요구를 하고 있다.
심술도 부리고 가끔씩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런데도 어딘가 (나와는 다른) 의젓함을 잃지 않는다. 고양이를 먼저 길러 보았던 야옹이 선배들의 증언들이 모두 옳았다. 고양이는 길러지는 동물이 아니라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동거생물이었다.


순이에게 두 살 생일을 축하해주면서 간식 깡통을 따주었다.
내가 멍청하고 앞가림을 하지 못하는 것이 불안하므로, 부디 내 고양이가 스스로 알아서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주면 좋겠다.


나는 고양이 순이에게 고마와 하며 한쪽 팔에 순이를 안은채 방 안을 돌아다녔다.
순이, 생일 축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