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6일 금요일
이지와 병원에.
이지를 데리고 동물병원에 다녀왔다.
일주일 분량의 약을 새로 지었다. 용량과 함량은 이전 보다 더 적은 양으로 하였다.
이지의 입 안을 수의사선생님이 살펴보았다.
염증이 가라앉고 있다고 했다. 이제 더 센 약이나 스테로이드제를 투여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필요하다면 약을 다 먹은 후에 한 번 더 혈액검사를 하여 몇 가지 수치를 확인하여 수액을 맞추기도 하자고 논의했다.
자동차에 이지를 담은 가방을 조심스럽게 들여놓으며 '이제 집에 가자'라고 했다.
그 말은 사용하지 않으려고 하는데도 가끔 나도 모르게 튀어 나온다.
아주 천천히, 뜨겁게 달궈진 쇠줄이 겨드랑이를 지나가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
어떤 것은 잊지 않고 있다가, 혼자 아파하고 혼자 슬퍼한다.
고양이 이지는 훨씬 더 편안해 보이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밥을 먹기 시작했다.
1년 만에 처음이었다.
기쁜 일이다. 이대로 아프지 않고 말끔히 낫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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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1일 일요일
이태원, 블루스 공연.
이태원에서 연주를 했다.
블루스 공연이었다.
도로가 막힐 것을 염려하여 일찍 출발했는데 금세 도착하게 되었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클럽에 가서 악기를 내려 놓았다.
혼자 길 건너에 있는 빵집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 먹었다.
드러머 대희가 밥을 먹지 않았다고 하여 빵집으로 불렀다. 샌드위치를 한 개 더 사고, 큰 컵으로 주문했던 커피는 종이컵에 따라 나눠 마셨다.
공연은 좋았다. 아마도 관객이 가득 찼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손님들은 자리를 지키고 끝까지 공연을 보아줬다.
연주의 질은 관객이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했다.
텅 빈 강변도로를 달려 집에 돌아왔다.
불 꺼진 집안에 들어와 악기를 꺼내어 스탠드에 걸어두고, 옷을 갈아 입고, 세수를 하고 발을 씼었다.
무엇인가 덜 채워진 기분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자려고 누웠는데도 쉽게 잠들지 못했다.
고양이 이지는 아내의 곁에서 곤히 자고 있었다.
까만 막내 고양이도 오늘은 큰형 고양이 곁에 붙어서 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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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9월 29일 금요일
고양이, 병원에서.
사진 속의 고양이는 집안에서 막내이다.
밤중에 혼자 깨어서 놀아주지 않는다고 칭얼대고 있었다.
오전에 고양이 이지를 병원에 데려가 수액을 맞추고, 오후에 수술을 받게 했다.
수술을 마친 이지를 보기 위해 병원 내부의 케이지에 다가갔다. 아내의 목소리를 듣자 담요 속에 고개를 숨기고 있던 이지가 반가운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작은 고양이가 큰 고생을 했다. 안스러웠다.
이지가 회복을 위해 다시 수액을 맞고 있는 동안, 나는 아내와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놓아둔 채 합주를 하러 가야 했다.
한밤중에 집에 돌아와 아직도 회복 중인 고양이 이지가 아내의 머리 맡에 꼭 붙어서 자고 있는 것을 들여다 보았다. 이것으로 아픈 것이 다 낫게 되면 정말 좋겠다.
이지의 나이가 아홉 살이 넘었다.
첫째 고양이는 이제 열 살이 넘게 된다.
고양이들이 아프지 않고 잘 지내기를 바란다.
나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순이를 생각한다.
그 여름과 가을의 아프고 시렸던 기억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제일 어린 고양이는 칭얼거리다 지쳐 악기 밑에 드러누워 졸고 있다.
나도 곁에 다가가 바닥에 앉아서 고양이를 쓰다듬어줬다.
2017년 9월 22일 금요일
전주에서 공연했다.
길고 긴 하루였는데, 짧게 지나갔다.
고속도로 운전을 일곱 시간 했다. 다른 도로까지 합친다면 여덟시간 동안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덜 피곤하였다.
날씨는 맑았다. 전주에 있는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이라는 곳은 몇 년 전에도 왔었다. 그 때에 함께 출연했던 신해철 씨의 팀이 리허설을 하고 있었고, 나는 그것을 구경했었다. 야외공연장을 내려다보며 해철이형의 죽음을 떠올렸다.
리허설이 고단했다. 그곳이 잔향이 많은 곳이었다는 것이 기억났다.
처음부터 앰프의 음량이 너무 작다고 생각했다. 그 때에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어야 했다.
결국 공연이 시작되었을 때에 케이블 불량으로 소리가 나지 않는 일을 겪었다. 긴 시간 동안 운전할 때에도 멀쩡했는데, 순간 갑자기 하루의 피로가 밀려들어왔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런 일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나는 다급할 때에 도와줬던 스탭에게 다가가 수고하셨고 고맙다는 말을 했다. 그분에게도 긴 하루였을 것이다.
내가 가지고 다니는 케이블의 길이가 짧은 것이 늘 신경 쓰였었다. 한 달 전 부터 길이가 긴 좋은 케이블을 새로 구입하려고 했다가 그만뒀었다. 역시 한 개 사두어야 좋은 것일까 하는 고민만 하나 더 늘었다.
밤중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며 애플뮤직에 담아둔 새로 나온 음반들을 들었다.
운전하며 음악만 들었던 것이 하루 중 제일 좋은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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