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 24일 목요일
아직 여름.
깻잎 위에 여치가 한 마리 앉아 있었다.
아무도 자기를 못 보는 줄 아는지, 바람에 흔들리고 사람이 곁을 지나도 꼼짝 않고 있었다.
결국 여치의 다음 일정을 기다려주다가 저것은 따지 못하고 지나쳐야 했다.
덥지 않은 여름은 없었는데, 매년 여름은 더 덥게 느껴진다. 이것은 착각이다. 훨씬 더 더운 여름도 있었고 덜 더운 여름도 있었을 것이다.
시골집에서 부모님께 인사하고 다시 운전을 시작하자 다시 비가 무섭게 쏟아지기 시작했다. 더 가물었거나 그 반대로 장마가 더 지독했던 여름도 있었을텐데 어쩐지 해가 갈 수록 여름은 더 더운 것 같고 비내리는 여름 오후는 더 끔찍하게 습하다.
아직은 여름이다. 추석이 다가오면 또 언제 그랬었냐는 듯 찬 바람이 불 것이다.
나는 전에, 여치 같은 메뚜기 친척들이 계절이 바뀌면서 색깔도 변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알고보니 갈색여치라는 놈이 따로 있었다. 가을이 되면 옷을 갈아입는 줄로 알고 그놈들 참 근사하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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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2일 화요일
고양이가 좋아하는 것
함께 살고 있는 고양이들은 모두 베이스의 헤드머신을 좋아했다.
무엇 때문인지 여전히 잘 모르지만 아무튼 악기를 안고 있으면 늘 다가와 줄감개에 볼을 부비며 좋아한다.
얘가 특히 좋아한다. 열 살이 된 고양이 꼼은 내가 악기의 줄을 교환할 때 마다 곁에서 장난하며 즐거워하더니 결국 철사 모양으로 생긴 것들을 장난감 삼아 놀기 시작했었다. 덕분에 아내는 공예용 철사로 꼼에게 장난감을 자주 만들어 줬다.
한밤중에 바닥에 앉아 연습하고 있었는데, 쿨쿨 자고 있던 고양이가 어느새 다가와 방해를 하기 시작했다.
2017년 8월 20일 일요일
화장지 습격.
고양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해본다고 하는, 화장지 습격.
꼬마 고양이 까미가 드디어 해냈다.
집안의 다른 고양이들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인지, 어른 고양이들은 매일 발랄한 어린 고양이와 자주 놀아주지 않는다. 꼬마 고양이는 무척 심심했을 것이었다.
귀의 문제로 병원에 몇 주째 다니고 있는 중이다. 많이 나았지만 아직 더 살펴봐줘야 한다.
짝짝이 귀를 가진 꼬마 고양이가 다시 습격을 할지도 모르니 조금 질 좋은 화장지를 사놓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유해하지 않은 일상용품이란 것이 과연 존재할까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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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19일 토요일
이천에서 공연했다.
이천에 있는 설봉공원에는 벌써 몇 번째 가서 공연을 했었다.
그런데 항상 비가 내렸고, 이 날도 비가 왔었다.
어느 맑은 날에 이곳에 한 번 와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날 아침에 나는 너무 일찍 일어났고, 운전을 너무 많이 했고, 두 끼를 연속으로 냉면을 먹었던 탓인지 그만 배탈도 났었다. 무대 위는 정말 습했어서 악기의 네크에 계속 물기가 머금어 있었다. 공연을 마칠 즈음에는 피로감이 심했었다.
그런데 연주하는 것은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관객들의 호응이라던가 괜찮은 음향 상태 덕분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음 주와 다음 달의 공연들은 모두 야외공연이다. 머지않아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연주할 것이고 11월에 예정되어 있는 야외공연을 할 때엔 손이 시려워질 것이다.
시간은 정말 점점 빨리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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