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 16일 토요일

우리는 겨울을 무사히 보냈다.

아내가 내 방안에 새로 세탁하여 솜을 풍성하게 넣어준 이불을 들여놓았다. 당연하지만 고양이 순이의 자리가 되어버렸다. 폭신하고 보송보송한 것을 몹시도 좋아하는 고양이들을 보면 따뜻함을 찾는 포유류들의 유대감을 느낀다.
배경으로 악기들이 가득 보이는 자리에서 잠을 자고 있길래 아주 조용히 다가가 사진을 한 장 찍었다.
길에는 따뜻하게 하루 하루를 지낼 수 없는 고양이들도 살고, 사람들도 산다.
아내는 겨우 내내 감기에 걸리고 상처를 입은 동네의 길고양이들을 보살피고 먹여 살렸다. 그러느라 손이 얼고 자주 다치고 감기를 달고 살았다.
나는 밤마다 은신처를 찾아 숨어 들어가는 수상한 사내라도 되는 것 처럼 집으로 기어들어와 고양이들과 함께 보송보송한 이불 안에서 편안하게 잠을 자며 겨울을 무사히 보냈다.
차가운 길의 냉정한 바닥에는 고양이들도 살고 사람들도 살텐데, 우리는 겨울을 무사히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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