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6일 목요일

음악 듣기.

며칠 만에 다시 찾은 경천형님의 가게에서 리차드 보나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Ekwa Mato라는 곡인데, 순간 몇 년 전 살인적으로 더웠던 그 해의 여름날이 생각났다. 아스팔트 위에 온몸이 녹아내리는듯 하여 발을 끌면 뒤꿈치가 조금씩 땅에 달라붙는 것 같았던 여름이었다. 좁은 집에 돌아와 고양이 순이를 에어콘 곁에 앉히고 찬 물을 퍼마시며 그 음반을 들었었다. 
경천 형은, 몇 년 전 부터 내가 그렇게 자주 보나의 음악을 이야기했었는데 이제서야 (뒤늦게) 하루에도 몇 번씩 듣고 계신다고 했다. 기억을 못하시고 나에게 신이 나서 설명하고 알려주려고 했다. 카메룬이 어떻고 아프리카의 음계가 어떻고... 나는 어휴, 그거 다 제가 말씀드렸던 거잖아요, 라고 했다.

꼭 일 년 전에 The Bad Plus의 Film을 듣고 깜짝 놀라서 하루 종일 들으며 흥얼거렸었다. 그 곡을 당시에는 얼굴도 몰랐던 아내에게 보내주고는 좋은 곡 아니냐고 감상을 강요했었다. 지하 주차장에서 자동차의 시동을 걸고 일터로 출발했을 때에 랜덤으로 설정해둔 아이팟에서 이 곡이 흘러나왔다. 그 음악 때문에 컴퓨터 화면을 사이에 두고 먼 곳에서 서로 대화를 나눴던 시절이 생각났다. 음악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들린 후에는 누구와도 똑같지 않은 모양으로 기억속에 심어지는가보다.

경천 형님과 블루스를 듣고, 버디 가이의 쇼를 구경하고, 모던 재즈 쿼텟을 들었다. 젊은 잭 부르스와 에릭 클랩튼을 들었고, 한 마디 두 마디씩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허비행콕이 상을 받은 음반의 곡이 끝나갈 무렵 맥주병은 모두 비워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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