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15일 토요일

내비게이션.



이것은 map이라고나 할까, 연주할 음악의 순서를 학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적었던 것이었다.

이미 자세하게 그려진 악보를 나눠줬었지만 어떤 학생에게는 여전히 알쏭달쏭 복잡하여 간단한 마디 마디들이 모두 혼동이 되고 있던 중이었다. 나는 모두를 불러 앉혀놓고 그 앞에서 커다랗게 그렸었다. 공연을 바로 앞둔 즈음 이런 정도의 대본읽기, 혹은 작전회의를 했다고 하면 공연날에는 아무 문제없이 연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람은 다양하다. 공연 직전 한 친구는 나에게 '아무 것도 기억이 안난다'라며 초조해했었다. 그럴 수 있다. 음악을 모두 외고 있다고 해도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 걱정하지 말고 어떻게든 될테니 무대에 나가서 잘해보렴, 이라고 해줬다. 그 학생은 썩 잘 해냈었다.
모든 것을 자세하게도 기억하고 있었던 한 학생은 긴장했던 탓이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아직 연주중이었는데 그만 저 혼자 음악을 끝내고 말았다. 사소한 실수, 녹화된 영상을 다시 보니 그런 실수가 오히려 재미있었다.

나는 이 사람들중 누군가들이 정말로 음악 연주인이 되어서, 언젠가 어떤 무대에서 우연히 마주치거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고작 몇 분짜리의 음악 순서는 지도를 그리듯 일러줄 수 있지만 어떻게 해야 미래를 그려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주거나 도울 능력이 나에겐 없다.
그저 소중한 것을 지켜가며 즐겁게 열심히 살게 되길 바라고 있다. 좋은 책, 좋은 음악, 좋은 친구들이 인생의 map이 되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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