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3월 11일 화요일

취미.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그것을 취미趣味 라고 한다... 라고 국어사전에 적혀있다. 말의 의미를 처음부터 이상하게 정의해둔 덕분에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이상하게 되어버렸다고 생각한다. 영어사전에 적혀있는 뜻풀이가 나는 더 바른 의미라고 여겨진다. 영영사전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즐거움을 위해 여가 시간에 규칙적으로 (regularly) 하는 활동.' regularly를 규칙적으로...라고 해석할 수 밖에 없는가의 문제는 조금 복잡하겠지만. (그래도 '정연하게'라고 하는 것 보다는 낫다.)

취미라는 것은 결국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짧게 말하면 될 일이다.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전문적일 필요는 없다라는 것이 아니라, 실력과 질을 재어보기 보다는 정말 즐거워서 열중할 수 있는 어떤 일이라고 생각되어져야 맞지 않을까. 그런 생각의 시작이 필요하다.

지난 주에는 '취미일뿐인데 이런 것까지 꼭 해야하나요'라고 말했던 학생 하나를 붙잡아 앉혀두고 으르렁거리며 한참 동안 혼줄을 내었다. 태만, 무책임, 그런 주제에 이죽거리기, 거기에다 돼먹지 않은 삶의 태도를 일찍부터 체득하고 있었다. 결국 그 녀석은 학원을 그만뒀다. (그 이유가 나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마땅하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꽤 오래 부모의 돈을 받아 음악학원을 다녔던 모양이었는데 그 학생의 본래의 취미란 시간죽이기였을 뿐이었으므로, 아마도 다른 어떤 곳에 또 '취미'를 붙여 다니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취미라는 것이 결과와 질에 책임지지 않아도 좋다는 의미로만 통용된다면 그런 사회는 저급해지기 쉽다. 좋아서 하는 일조차 저급할진대 밥벌이를 위해서 하는 일은 보다 더 나을 것인가를 생각해봐주면 좋겠다. 개념과 가치가 엉망인 탓에 생계를 위해서 하는 일 조차 취미보다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하지 않은가. 하는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에 있어서 보다 가볍고 한 걸음 물러날 수는 있다고 하더라도, 좋아서 즐기며 하는 일이므로 대충, 대강이 되어도 괜찮다고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엇이 전문專門 이라는 것일까. 돈을 벌어오는 일이 전문인가, 그것은 그저 생업일 뿐이다. 정말 좋아서 열중할 수 있지 않으면 전문적이라는 것도 되어질 수 없는 것 아닌가.

깊이 관련있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곳의 언론 - 기자라는 분들은 혹시 취미로 기자생활을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식으로 본업에 종사하고 있어도 월급을 받아 생활할 수 있는 것이냐고 묻고 싶다. 물론 국어사전의 의미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어서 몹시 저질이다. 여기는 대체로 저급한 취미의 사회이다. 그것이 지금 우리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