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14일 목요일

순이의 마음 씀씀이.


오래 잠을 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가장 깊이 잠들었었다.
잠결에 내가 자주 기침을 하고 몸을 뒤척였다.
그때마다 내 손과 팔을 꾹꾹 누르며 따뜻하게 와닿는 작은 물체를 느꼈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고양이는 한쪽 손(정확히는 발)을 침대 위에 올려둔채 선잠을 자고 있었다.
작년 초의 겨울에 독감에 걸려 진땀을 흘리며 자고 있었을때엔 가슴 위에 올라와 입술을 핥아주기도 했었다.
고양이 순이는 저 쬐그만 발로 내가 뒤척일때마다 넌지시 지긋이 토닥거려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 조그맣고 따신 체온이 고마왔다.

짐을 꾸리고 나가는 길에 순이가 좋아하는 통조림 깡통을 한 개 따줬다.
아직 잠들어 있는 고양이를 깨우지 않으려 조심 조심 현관문을 닫고 나왔다.
집에 돌아오니 그릇이 말끔히 비워져있었다.
나는 순이를 한참 동안 안아주었다. 순이는 좋아하는 소리를 점점 크게 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