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9일 토요일

환청에 시달렸다.

어떤 행동의 선택은 당연히 이후의 행동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인간은 항상 선택을 하고 선택에 의한 새로운 상황에 자기자신을 새롭게 구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인간은 어떤 상황에 처해서도 그 한계 내에서 자유롭게 행동을 선택할 수 있고, 숙고한 행동 그 자체는 물론, 상황을 무시한 것과 자유를 버려두고 돌보지 않은 선택까지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선택과 책임따위는 이제 그만 두고 그냥 좀 편하게 살고 싶다.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으면서 적당히 살아보고 싶다. 

억지로 잠이 들었는데 환청에 시달렸다.
기분나쁘게 반복되는 타악기와 베이스의 분절음이 계속 들렸다.
처음엔 잠속에서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거나 뭔가를 집어던지는 것으로 알았다.
그런데 너무나 현실적으로 들려오던 그 소리들은 스네어 드럼, 킥 드럼의 분별없는 음들이었다.
사람을 녹초로 만드는 저음들도 분명하게 들려오며 귀를 괴롭혔다.
결국 다시 잠을 깨어 비틀거렸다.

다시 잠들었다가 지독한 꿈을 꾸고 또 깨어났다.
이번엔 살인을 하고 개를 죽이고 무엇인가를 훔쳐서 달아나는 꿈이었다.
시계를 보니 겨우 한 시간 남짓 잠들었었다.
이대로 오늘 공연장에 나간다면 낭패를 볼 것이다.

다시 자야했는데, 결국 밤을 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