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2월 5일 화요일

겨울 맞이 목욕.


이틀 전에 집에 돌아오면서 오늘은 고양이를 씻겨야겠다고 생각했었다가, 귀가 후에 내가 목욕을 하고 나니 모든게 귀찮아져서 그냥 침대에 누워 자려고 했었다.
그런데 잠이 들 무렵 갑자기 욕실에서 풍덩하는 물소리가 나더니 순이의 비명이 들리는 것이었다. 두 번 세 번 큰 소리로 야옹거리고 물에서 버둥거리는 소리가 들렸을때야 나는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욕실로 달려갔다.

변기에 빠진 것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욕실의 불을 켜고 보니 고양이는 내가 욕조에 받아놓았던 물에 빠져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다. 너무 난감해하고 불쾌해하는 표정으로, 도움을 청한다기 보다는 원망하거나 수치심의 표현처럼 들리는 목소리로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모양이 얼마나 우스웠는지 나는 물에서 꺼내주는 것도 잊고 그만 킬킬 웃고 말았다. 순이는 내가 꽤 얄미웠나보다.

그 바람에 결국 새벽시간, 갑자기 고양이를 목욕시키는 일을 벌이게 되었다. 순이는 목욕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번엔 항의를 하는건지 심술이 난 것인지 유난히 많이 투덜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