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7월 17일 일요일

좋은 연주를 들었다.


피아니스트 유성희 씨의 연주를 구경하고 왔다.
다녀오길 정말 잘했다.
무너져가던 기분을 바꿔주러 찾아온 친구처럼 고마왔다.
그 전날 다른 밴드의 공연을 구경하러 갔다가 잔뜩 실망을 하고 돌아왔었다. 그래서 더욱 구원같은 연주였다.

유성희 씨는 2001년에 닐스 헤닝 어쩌고 저쩌고 페데르슨이 내한했을 때에 LG 아트센터에서 처음 보았다. 그때에도 정말 좋은 피아노 연주자라고 생각했다. 검은 드레스를 입었었고 몹시 긴장했던 것처럼 보였는데도 참 좋은 연주였다.

지난 밤 작은 클럽에서 했던 유성희 씨의 연주는 물론 100 퍼센트는 아니었을 것이다. 듣는 쪽의 입장에서는 장소의 분위기와 사운드와 다른 몇몇 문제들이 있었다. 그런 것을 감안하고 생각해보면 더 좋은 연주였다.
최근에 구경해보았던 대부분의 젊은 재즈 밴드들과 비교가 되었다. 그들은 음악의 기본을 모르거나 아니면 무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유성희 씨의 피아노는 후텁텁했던 기분을 바꿔줬다.

집에 돌아와 아침까지 앤소니 잭슨의 라이브를 듣고 잠을 청했다가, 한 시간만에 깨어났다.
잠결에 계속 베이스의 지판이 보이고 음악 소리가 들렸던 것 같았다. 음악은 분명히 끄고 잠들었었는데도.
눈을 비비고 일어나 앉았을 때엔 자, 연습을 해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금세 졸리웠다.
좋은 연주자들은 아마도 자는 시간을 아끼며 연습을 했겠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우선 잠을 자야겠다.

유성희 씨는 연주를 마치고 나서, 나와 일행이 앉아있던 테이블에 직접 오셔서 '끝까지 들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나는 '천만에요, 저야말로 정말 고맙게 잘 들었습니다' 정도의 한 마디 대꾸도... 해드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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