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9일 토요일

부천에서 공연

 

연주하러 다니다 보면 불편할 때도 있고 고생스러울 때도 있는 법이지만, 이 극장은 너무 열악했다. 주차장에서 무대로 향하는 길엔 경사로가 전혀 없었다. 악기를 실은 손수레를 멈추고 악기를 들고 계단을 올라 옮긴 다음 다시 수레에 싣고 무대 앞에 도착했더니, 또 다시 계단이 있었다. 리허설을 마칠 때까지 난방을 해주지 않아 야외공연을 하는 것처럼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대기실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불평하면 뭐 할 것인가. 주차장으로 가서 자동차 히터를 켜고 잠시 누워 있었다.

기분 탓인지, 첫 곡을 시작할 때에 소리가 고르게 들리지 않아서 두 시간 넘게 예민해져 있는 상태로 연주를 했다.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니까, 더 불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쾌적했다. 며칠 째 듣고 있는 마리아 조앙 피르스의 쇼팽 앨범을 들으며 운전했다.



2024년 3월 7일 목요일

만년필


 이틀 전 주문했던 올해 첫 스페셜 에디션인 M200 Orange Delight 펜이 도착했다. 2월에 발매한다는 소식을 읽었던 것이 1월 마지막 주 일이었다. 수입사에서 드디어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열흘 전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펜상점 웹페이지를 몇 개 띄워놓고 수시로 리로드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화요일 오후, 펜가게에 상품이 올라오자마자 주문했다. 예상했던대로 색상이 밝고 촌스러우며 예뻤다. 만년필은 사진만으로는 그 아름다움이 잘 담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2024년 3월 5일 화요일

응석


 어리광이 심해진 고양이 깜이는 굳이 의자에 앉아있는 내 위에 올라와 안겨서 내려가지 않고 있었다. 무거운 고양이를 다리 위에 올려놓고 심야에 컴퓨터 화면을 함께 보고 있으려니 힘이 들었다. 고양이가 지루해져서 스스로 내려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2024년 3월 4일 월요일

이지


 작년 유월부터 인슐린을 맞으며 당뇨를 관리해 온 고양이 이지. 지난 달에 방광염 증세로 약을 먹이며 돌보았다. 혈당수치가 다시 높게 올라갔었다가, 다시 100mg/dL 초반으로 낮아졌다. 식후 혈당이 102 정도로 낮아져 있었는데 몸 상태가 나쁘지 않아졌는지 오늘은 조금 활발해 보였고 장난도 치며 다녔다. 표정도 편안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