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주하러 다니다 보면 불편할 때도 있고 고생스러울 때도 있는 법이지만, 이 극장은 너무 열악했다. 주차장에서 무대로 향하는 길엔 경사로가 전혀 없었다. 악기를 실은 손수레를 멈추고 악기를 들고 계단을 올라 옮긴 다음 다시 수레에 싣고 무대 앞에 도착했더니, 또 다시 계단이 있었다. 리허설을 마칠 때까지 난방을 해주지 않아 야외공연을 하는 것처럼 오들오들 떨어야 했다. 대기실도 열악하긴 마찬가지였다. 불평하면 뭐 할 것인가. 주차장으로 가서 자동차 히터를 켜고 잠시 누워 있었다.기분 탓인지, 첫 곡을 시작할 때에 소리가 고르게 들리지 않아서 두 시간 넘게 예민해져 있는 상태로 연주를 했다. 그런 날도 있는 것이니까, 더 불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집에 돌아오는 길은 쾌적했다. 며칠 째 듣고 있는 마리아 조앙 피르스의 쇼팽 앨범을 들으며 운전했다.
2024년 3월 7일 목요일
만년필
이틀 전 주문했던 올해 첫 스페셜 에디션인 M200 Orange Delight 펜이 도착했다. 2월에 발매한다는 소식을 읽었던 것이 1월 마지막 주 일이었다. 수입사에서 드디어 입고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것은 열흘 전이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펜상점 웹페이지를 몇 개 띄워놓고 수시로 리로드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화요일 오후, 펜가게에 상품이 올라오자마자 주문했다. 예상했던대로 색상이 밝고 촌스러우며 예뻤다. 만년필은 사진만으로는 그 아름다움이 잘 담기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2024년 3월 5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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