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2월 19일 화요일

송년공연


밴드와 함께 하는 올해의 마지막 공연을 했다.
작은 공간에 퍼지는 소리가 좋았다.
두 개의 악기를 가져갔는데 두 개 모두 악기의 상태가 가장 좋았다. 연주 도중에 그냥 마지막 곡까지 플렛리스로 해버릴까 하는 충동이 일었었다. 절반은 플렛리스 프레시젼으로, 나머지 절반은 재즈베이스로 연주했다.


이 밴드와 벌써 십 년이 넘었다.
한 곡 한 곡 모두 나에게도 의미가 있는 셋리스트였다.
어린 시절에 실시간으로 음반을 샀던 곡들을 십여년간 원작자와 함께 연주하며 보냈다.
열 몇 살 무렵 나는 훗날 이런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었다.

지독한 감기몸살로 온몸이 다 아팠다.
컨디션만 더 좋았다면 공연을 더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집에 돌아올 때에 몹시 힘들었다.
병약하기도 하지, 해 마다 독감에 꼭 걸린다.

이제 이 달 말에 이태원에서 블루스 공연을 하고 나면, 올해가 지나간다.
세월은 무겁고 빠르다.


.

2017년 12월 14일 목요일

학기 마무리.


한 학기를 마쳤다.
십 년 동안 해오고 있는 일인데 해마다 다른 기분이 든다.
시간은 참 빠르게 지나간다.



.

2017년 11월 25일 토요일

블루스 공연.


친구들과 춘천에서 블루스 공연을 했다.
건축가 김수근의 붉은벽돌 건물이 있는 곳, 그동안 여러 사람들과 여러번 찾아와 공연을 했던 장소였다. 그 이전에는 이곳에서 마주보이는 의암호를 지나 북한강 앞 군부대에서 군복무를 했었다.

공연을 마련한 분들이 준비를 잘해주신 덕분에 연주하는 것이 모두 편했다. 바깥에는 눈이 펄펄 내리고 있었다. 뒷풀이 장소는 신발을 벗고 다리를 접어 앉아야 하는 곳이었는데 그것때문에 조금 나아졌던 허리통증이 재발하고 말았다. 친구들에게 조용히 인사를 하고 그곳을 빠져나와 안개가 지독한 고속도로를 달려 돌아왔다.

2017년 11월 6일 월요일

통증, 손톱, 근심거리.

내 손톱은 언제나 말썽이다.

사소한 걱정이 반복되면 그것도 고질적인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모양이다.
내 오른손 검지손가락 끝은 언제나 아프다.
이렇게 오래 악기를 연주해왔는데도 여전히 손톱 끝이 자주 들려서 통증이 느껴진다.
조금 괜찮은 것 같아서 다시 연습을 계속하면 어김없이 손톱이 덜렁거리는 느낌과 함께 손끝이 줄에 닿을 때 마다 아프다.
그러면 연습을 쉬어야 했다.

그런데 이 증상은 낫지 않는다. 통증이 완화되지도 않는다.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다.
연습과 연주를 하지 않을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제, 아프거나 말거나 그냥 계속 하기로 했다.
설마 손톱이 완전히 들려서 빠지지는 않을 것 아닌가, 생각했다.

신기한 것은 그렇게 아파도 참고 계속하면 어느 순간에는 괜찮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괜찮아지다가 다시 나쁜 느낌과 함께 통증이 찾아온다.
그러면 그것을 무시하고 다시 계속하기를 반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하고 싶은 만큼 잘 해내지 못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할 것인지 나는 아직은 잘 모른다.

사소한 근심거리는 또 있다.
악기들의 네크는 언제나 말썽을 부릴 준비를 하고 있다.
조금만 네크가 휘면 연주 자체가 어려워진다.
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손끝이 늘 아프기 때문에 네크의 상태가 나에게는 더 민감하게 느껴진다.
어떤 악기는 트러스로드를 늘 조정하고, 바디와 네크를 분리해야만 하는 악기는 줄을 느슨하게 풀어둔 채로 하드쉘케이스에 눕혀 넣어뒀다.
지난 세월 동안 하루도 이 문제로 편안한 적이 없었다.

허리는, 이제 너무 많이 아프다.
진통제도 먹었고, 스트레칭도 해봤다.
허리를 쓰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 답이라고, 나보다 먼저 아파보았던 친구들이 말해줬다.
그럴 수가 없기 때문에, 그냥 아픔을 참는 수 밖에는 없다.
점점 그런 것이, 지겨울 때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