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3일 토요일

안양에서 공연.


내비게이션이 예측해줬던 그대로 46분 만에 목적지에 도착했다.
몇 번 연주해보았던 평촌 아트홀이었다.

앰프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리허설을 마칠 때 까지 편안한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내가 공연을 하고 있을 시간에 아내는 광화문 집회에 참여하고 있었다. 집에서 나올 때에 구형 아이폰 두 개를 원격 카메라로 켜두고 나왔었다. 집안의 고양이들을 들여다 보니 모두 자리를 잡고 잠을 자고 있었다.


공연을 마친 후 사람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아직 서울 시내에 남아 있던 아내와 연락을 주고 받으며 운전을 했다. 지하철 역에서 아내를 만나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낮 동안 종일 잠을 자던 고양이들이 현관 앞에 달려와 반겨줬다.

사람 둘은 피곤하여 드러누웠다.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고양이들이 어둠 속에서 뛰어다니며 놀기 시작했다. 고양이들이 달리는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


2016년 11월 29일 화요일

녹색 컨테이너


수색역에 있는 녹색 컨테이너 건물에서 밴드 합주를 했다.
추운 바람이 불고 있었지만 햇빛이 따뜻했다.
쉬는 시간에 담배를 피우러 나왔다가 그 빛이 따뜻해 보여서 사진을 찍었다.

합주를 마치고 레슨을 위해 한 시간 반 동안 운전을 했다.
그 시간은 언제나 길이 막히기 때문에 오랜 시간 운전을 하게 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

집에 늦게 돌아왔다.
집안의 모두가 잠들어 있었다.
까만 어린 고양이만 소리를 내며 나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고양이를 안아주고 세수만 한 다음, 가방을 끌러 정리할 생각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버렸다.

2016년 11월 26일 토요일

광화문에서.


아내는 낮 부터 광화문에 나가 있었다.
나는 다른 일을 하다가 저녁이 되어서야 시내로 나갔다.
광화문 해태상 앞에서 아내와 만났다.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줄지어 광장을 걷고 좁은 길을 따라 소격동 길을 걸었다.



사람들 틈에 끼인채 행진을 하다가 화장실을 찾아 가기 위해 행렬로 부터 빠져 나오기 위해 반대 방향으로 걸어야 했다. 예상 보다 빠져 나오기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근처 박물관 건물의 화장실 앞에 도착했더니 사람들이 순서를 기다리느라 길게 줄 서 있었다.

다시 골목을 따라 큰 길로 나오는 길을 걷다가, 이번에는 동생 내외와 마주쳤다.
처음에는 서로 현실감이 없어서 잠깐 멍하니 있었다. 예상하지 못했던 장소에서 만날 수 있었다니, 우스운 순간이었다.

동생네는 을지로에 자동차를 주차해뒀다고 했다. 덕분에 우리는 차를 얻어 타고 귀가할 수 있었다.


2016년 11월 24일 목요일

검은 고양이


지난 주 어느날 밤에 아파트 현관 앞에서 새까만 어린 고양이가 아내의 바지를 붙잡고 매달렸다.
우리는 무턱대고 울며 안기는 고양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와 먹이고 재웠다.



다음 날 동물병원에 가서 간단한 검사를 했다. 어린이 고양이는 사흘 가까이 거의 잠만 잤다.
그동안 무척 고단하고 힘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기력을 회복한 어린이 고양이는 이제 사람만 보면 다가와 무릎에 앉고 쉴 새 없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아홉살 하얀 고양이 꼼은 새까만 어린이를 무척 귀여워 하고 있다. 함께 뛰어 놀고, 어린이를 데리고 다니며 이것 저것 가르치려 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아홉달 정도 되어 보이는 까만 어린이 고양이는 한쪽 귀와 다리를 다쳤던 것으로 보였다.
보름 전 어느날 우리 동네에 이삿짐을 운반하는 차량이 가득했었다. 아무래도 그날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 아주 귀엽고 사람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낙천적이다.

내 고양이 순이가 세상을 떠난지 넉달이 지났다.
지금은 순이가 늘 앉아 있던 곳에 어린 고양이가 드러누워 새근거리며 자고 있다.
나와 아내는 이 고양이를 맡아 키우자는 말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조만간 동물병원에 다시 데려가 부러졌다가 저절로 붙어버린 것으로 보이는 다리를 검사하고 중성화 수술도 시키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