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1월 24일 목요일

검은 고양이


지난 주 어느날 밤에 아파트 현관 앞에서 새까만 어린 고양이가 아내의 바지를 붙잡고 매달렸다.
우리는 무턱대고 울며 안기는 고양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와 먹이고 재웠다.



다음 날 동물병원에 가서 간단한 검사를 했다. 어린이 고양이는 사흘 가까이 거의 잠만 잤다.
그동안 무척 고단하고 힘이 들었던 모양이었다. 기력을 회복한 어린이 고양이는 이제 사람만 보면 다가와 무릎에 앉고 쉴 새 없이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아홉살 하얀 고양이 꼼은 새까만 어린이를 무척 귀여워 하고 있다. 함께 뛰어 놀고, 어린이를 데리고 다니며 이것 저것 가르치려 하고 있었다.

기껏해야 아홉달 정도 되어 보이는 까만 어린이 고양이는 한쪽 귀와 다리를 다쳤던 것으로 보였다.
보름 전 어느날 우리 동네에 이삿짐을 운반하는 차량이 가득했었다. 아무래도 그날 버려진 것으로 보인다. 아주 귀엽고 사람을 좋아하고, 무엇보다 낙천적이다.

내 고양이 순이가 세상을 떠난지 넉달이 지났다.
지금은 순이가 늘 앉아 있던 곳에 어린 고양이가 드러누워 새근거리며 자고 있다.
나와 아내는 이 고양이를 맡아 키우자는 말을 하고 있지 않다. 다만 조만간 동물병원에 다시 데려가 부러졌다가 저절로 붙어버린 것으로 보이는 다리를 검사하고 중성화 수술도 시키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