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31일 화요일

순이가 조금 나아졌다.



아직 병원에서 받아왔던 약이 남아 있었지만 다시 진료를 받고 의사 선생님의 진단을 듣고 싶어서 순이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순이의 상태가 좋아졌다는 말을 듣기 전에, 방금 촬영한 방사선 사진이 보이는 순간 나는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름 전과 크게 비교될 정도로 흉수가 사라져 있었다. 의사는 이제 길게 보고 갑시다, 라고 했다. 나는 순이의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종양의 상태는 더 나빠지지 않았고 심각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중이었다. 계속 밥과 약을 잘 먹이고 자주 곁에 있어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데이터를 모아두기 위해 혈액검사를 했다. 그 결과도 모두 좋았다. 의사 선생님은 나중에 비교해보며 상황을 관찰할 수 있도록 모니터에 보여지고 있는 수치자료와 방사선 사진들을 카메라에 담아가길 권했다. 그 정도의 성의만으로도 무척 고마왔다.

이뇨를 돕는 주사를 한 대 맞추었다. 그리고 두 주 분의 약을 샀다. 더 나빠지지 않고 더 아프지만 않았으면 좋겠다고 보름 동안 매일 생각했었다.


집 앞에 돌아와 케이지에 담긴 순이를 한 손에 들고 강변의 벤치에 잠시 머물러 앉았다. 꽃들이 많이 피어 있는 곳에 순이를 놓아두고 꽃구경을 시켰다. 꽃들이 잔뜩 피어있었고 그 사이에는 많은 벌들이 일을 하고 있었다. 순이는 이동장 안에서 풀을 보고 꽃을 보았다. 냄새 맡고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구경했다.

2016년 5월 28일 토요일

고양이들과 집에서.


또 아침이 밝아오는 것을 보며 잠들었었다. 순이가 물을 찾으면 일어나서 물그릇을 확인하고 새로 떠주었다. 약을 차례로 먹이고 주사기를 사용하여 물도 먹였다.

고양이 꼼이 연신 따라와 걱정을 했다. 순이 곁에 다가가 순이를 살펴본 후에는 다시 나에게 다가와 몸을 부볐다.

나는 여전히 틈만 나면 아이폰을 붙들고, 컴퓨터를 켜고, 고양이 흉수, 폐 질환, 종양과 항암치료, 수술 등에 대해 검색했다. 흉수를 제거하는 것이 치료가 될 수 없는 것을 알고 있지만 고양이의 호흡을 편하게 해줄 수 있다면 내일이라도 다시 병원에 데려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너무 자주 자동차에 태워 병원에 다니는 바람에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을까, 온통 그런 걱정 뿐.

열흘이 넘게 약을 강제로 먹였더니 순이는 이제 턱을 앙다물고 입을 벌리려 하지 않을 때가 많다. 나는 기회를 노려 여러번 실패한 후에야 겨우 한 알의 약을 먹일 수 있다. 그런데 아내는 언제나 한번에 고양이에게 약을 먹이고, 물에 불린 사료도 쉽게 먹이고, 알약 조차도 꿀떡 삼키게 한다. 그것을 배우는 일이 나는 더디다.


며칠 사이 순이는 다시 편안한 표정을 자주 짓고, 장난도 쳤다.

아침에 컴퓨터를 끄고 잘 준비를 하려 자리에서 일어났더니, 곁에서 눈을 감고 누워있던 순이가 얼른 일어나 침대 곁에 새로 자리를 잡고 누웠다. 지금은 내 곁에서 십분이 넘도록 그르릉 소리를 내고 있는 중이다. 그것이 아파서가 아니라 기분이 좋아서 그러는 것이라면 좋겠다.

낮에는 아내가 '순이의 컨디션이 좋아졌는지 놀기도 하고 잠시 뛰기도 했다'고 말해줬다.


나는 짧은 토막잠을 나누어 자면서 잡다한 꿈을 꾸고 있다. 꿈속에서는 누군가가 나에게 말도 안되는 단어를 가르쳐주기도 했고 고양이 모습을 한 사람이 나타나 말을 걸기도 했다. 음악을 듣지 않은지 열흘이 넘은 것 같고, 악기를 연습하는 것도 계속 거르고 있었다. 레슨생을 위한 파일을 만들고 학교에서의 수업내용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피로하여 자주 웅크려 앉게 되었다.

2016년 5월 23일 월요일

순이와 병원에.



알람이 울리기 전에 벌떡 일어났다. 네 시간도 채 못 잤다.

아내는 이미 순이를 병원에 데려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동장 안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고양이를 아내가 담요로 감싸 안고 자동차에 올라탔다.




새로운 병원을 찾아 갔던 것은 잘한 일이었다.

고양이 전문이라고 해도 좋은 원장 선생님이 순이를 진료해줬다.

나는 큰 희망은 가지지 않았다. 다만 조금이라도 상세하게 순이의 상태를 알고 싶었다. 의사 선생님은 친절했고 가능한 자세하게 고양이의 현재 상태를 설명해주려 했다. 이미 일주일 동안 공부했던 내용들이어서 수의사의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자신의 임상 경험에 비추어 순이의 상태를 알려줬다.

그리고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세요, 수술을 해드릴까요.

나는 그것을 바라며 온 것이 아니라고 대답했다. 다만 이 고양이에게 필요한 어떤 것을 더 해줄 수 있는지 배우고 싶다고 했다.

수의사의 진단과 견해도 우리와 같았다. 이런 상태의 고양이들을 수술해 보았지만 종양이란 적출해도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고 읽었다.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다만 코로나 바이러스 키트 검사 결과가 음성이었다는 것과 혈액검사의 모든 수치가 정상으로 나왔었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순이의 폐에 흉수가 찬 것이 복막염과 얼마나 상관이 있는지 알아 보자고 했다. 순이의 피를 뽑아 면역 검사를 해줬다. 그 결과를 듣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아내는 병원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들과 놀아줬다. 고양이를 안고 그 병원을 찾아 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다.

원장 선생님은 Immune Comb 소책자와 검사결과 시약을 가져와 다시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복막염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결론이었다. 지난 번 병원의 의사는 우리에게 순이를 격리시켜놓으라고 했었다. 아내는 병원 원장의 말을 자세히 듣고 질문도 했다.

의사는 앞으로 순이의 병세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말해줬다. 종양은 커질 것이고, 점점 다른 부위로 퍼질 것이다. 이미 폐에 종양이 전이된 것이라면 호흡 곤란이 오게 될 것이다. 산소를 공급해 주는 기구를 만들어주면 순이의 호흡을 도울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김치통으로 판매되는 플라스틱 통을 사오면 산소방을 직접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고양이의 배에 생겨난 종양이 더 커지면 땅에 끌릴 정도가 되기도 하고, 고양이가 많이 아파할 것이라고 했다. 안락사를 고려할 수 있다는 말도 빼먹지 않았다.

약을 더 처방 받고, 진료내역서와 면역에 관련된 자료 책자를 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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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치고 밤중에 집에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오는데, 방에서 부터 현관 앞 까지 순이가 잔걸음으로 뛰어 나왔다. 함께 따라 나온 다른 고양이들의 머리를 만져 대충 인사를 하고, 순이를 들어 올려 어깨에 태웠다. 순이가 내 어깨를 꼭 붙잡고 이마를 내 목에 기대었다.

순이는 언제나 내가 집에 오면 그렇게 했었다. 내가 집에 들어서면 뛰어 나와 인사를 해줬고, 밤이 새도록 내 곁에서 졸았다. 내가 돌아올 시간이 가까와지면 현관 앞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기도 했다. 십 일 년 동안 이 고양이는 나에게 그렇게 해줬다.

나 혼자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아내의 도움을 받아 병원에서 받아온 약을 고양이에게 먹였다. 심야에 늦은 저녁식사를 해결한 뒤에, 다른 가루약을 캡슐에 담아 순이에게 먹였다. 이번에는 나 혼자 고양이에게 약을 먹일 수 있었다.

새벽. 순이는 또 책상 위에 올라와, 내 곁에 누웠다. 이제 그만 푹신한 곳에 가서 잠을 자도 좋을텐데, 변함 없이 곁에 다가와 있다.


순이의 호흡은 조금 나아졌다. 언젠가 다시 가빠질 것이고, 점점 힘들어할지도 모른다.



2016년 5월 21일 토요일

그린플러그드 공연.


편안하게 연주할 수 있었다.

잡다한 생각으로 바빴던 머리 속이 잠시 평화로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