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2월 9일 월요일

그렇게 늙고 싶지 않다.



학생들을 가르치거나, 연주를 할 때에 나는 헌신적으로 일을 한다.

레슨을 할 때에는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고 해도 내가 가진 것을 다 주겠다는 생각으로 해야 한다. 합주를 하거나 연주를 할 때에는 마치 녹음을 하고 있는 것 처럼,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집중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이유는 다만, 그렇게 까지 하여도 내가 지닌 능력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정성껏 한다고 해도 부족할 것을 알고 있는데 어떻게 대충 대충 일을 할 수가 있나, 그렇게 생각해왔다.


헌신적으로 일을 한다는 것은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 거기엔 내가 마땅히 가져가야 할 이익을 포기해야 한다거나, 더러는 손해를 본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함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원래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 자신에게 특별한 이득이 없는 것 같은데도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는 사람을 보면, 그들은 그 사람이 헌신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취미로 열중한다고 생각하거나, 시간이 남아서라거나, 그냥 그 녀석이 혼자 좋아서 저러는가 보다 라고 생각한다.

일터에서 가족같이, 식구처럼이라는 말을 들먹이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무리 선하게 보이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전부 사기꾼일 가능성이 많다.
일은 일이고, 일할 때엔 일하는 사람 사이의 관계만 유지할 수 있으면 족하다. ’가족’이라느니 ’우리 식구’라느니 하며 계속 봉사할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거꾸로 자신들이 상대방에게 업무상 마땅히 해야할 의무에 대해서는 가족끼리, 식구들 사이에 뭘 그렇게 까지 야박하게 구느냐고 하기 일쑤이다.

나는 몇 달 전에도 그런 경험을 했다.
아주 오랜 기간을, 나는 돈과 상관없이 내 기회비용과 금전을 희생하면서 일을 했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위에 써둔 것이 전부였을 뿐, 내가 그들을 가족같이 여겨서는 아니었다. 하지만 언제나 우리를 강조하고 식구처럼을 입에 올리던 그 분들은 지난 수 년 동안 그들이 나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거의 한 번도 제 날짜에 줬던 적이 없었다. 가끔은 액수도 맞지 않았다.

마땅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우리끼리 뭘 그런걸 가지고... 라며 ’퉁 치자’는 듯 가볍게 대했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특징은 바로, 자기 자신의 손익 앞에서는 사나와진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나는 인간의 그런 특성을 목격했다.
결국 아직까지 나는 마지막 급여를 받지 못한지 한 달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고, 그렇다고 하여 별로 연연해하지는 않는다. 경험상 이럴 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일을 할 때에는 헌신적으로 해야 한다. 왜냐면 일이라는 것이 돈을 벌기 위한 수단 만은 아니라고 하는 낭만적인 생각을 나는 아직도 믿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내 재능과 능력이 거기까지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며 살고 싶다. 가능하면 나는 내가 태만하고 성실하지 못했던 탓에 일을 똑바로 하지 않았다고 여겨지는 인간으로 늙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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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2월 6일 금요일

용서.



나는 용서를 잘 하는 편이다.
마음 먹으면 하루에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용서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절대로 그냥 덮어두고 잊어버리는 일은 못 배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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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공연.


음반 발매기념 공연을 했다.
기자회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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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사진.



사용할 일이 있으므로 어릴적 사진을 보내달라고 하는 바람에 발견했다.
열 두 살 때 그해 겨울, 친구집에서 연출하여 찍었던 사진.
나는 늘 하고 싶었지만 결국 피아노를 배우지는 못했다.
어릴 적엔 피아노를 배우지 못한 것이 언제나 아쉬웠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할 놈'이었다면 혼자서라도 했을 것이었다.

언제나 재능이 부족한 사람들은 자신이 하지 않은 것을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우기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