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9월 30일 일요일

과천 공연.


심야공연이었다.
비가 내렸어서 축축했고 습하면서 서늘했다.
밤을 지나 새벽 한 시가 다 되어가도록 객석을 가득 메우고 있었던 관객들도 즐거워했다. 부모의 손을 잡고 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보였다.

공연 외의 몇 가지 단상.
1. 아무리 늦은 시간이라도 사람들은 즐거운 음악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좋은 공연이 너무 부족할 뿐.
2. 사람들은 몹시 심심하다. 주말에 잠을 좀 덜 자더라도 놀 것이 필요하다. 술집이나 축구같은 것들 말고도.
3. 점점 공연기획자들 보다 관객들의 수준이 더 높아지고 있다.
4. 각 지역의 해병대 옷을 입고 다니는 아저씨들은 비공식 치안기관일지도 모른다. 부디 그들이 멀쩡한 돼지를 찢어 죽인다거나 성조기를 떠받드는 요상한 시위 따위는 그만두시고 지역 봉사만 해주시면 좋겠다. 그보다 좋은 것은, 군인이 아니면서 군복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없어지면 좋겠다.
5. 어쨌든 뭐니 뭐니해도 사람들은, 즐거운 것들이 많이 필요하다. 사실 즐거우려고 사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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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 29일 토요일

가르침.


그날 밤의 공연 후 멤버들 전부가 심한 이명에 시달렸다고 들었다. 단지 음량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난 밤 상훈씨의 설명에 의하면 우리의 연주 이후의 다른 팀들의 사운드는 훨씬 잘 정리될 수 있었다고 했다. 우리의 공연이 개관 첫날의 것이었으니 극장으로서는 좋은 테스트가 되었었나보다. 역시 음량만의 이유가 아니라 세세한 음질 콘트롤의 문제였던 모양이었다.
큰 소리에 익숙해져있는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을만큼 귀를 아프게 했던 무대위의 사운드였다면 소리의 크기때문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무대 위는 언제나 고요해야한다.' 광석형님이 늘 하시던 말씀이었다. 새삼, 그 형님에게서 배운 것이 많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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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바닥 위의 페달들.


연결 순서대로 MXR Dyna Comp, Xotic Bass RC Booster, EHX Bassballs, Providence Anadime Chorus, Boss RV-3 Reverb/Delay, BBE Sonic Maximizer, 그리고 Boss의 튜너. 파워서플라이는 뮤지콤의 Power Station II, A/B 스위치는 Moollon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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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공연.


야외공연은 흥미로운 일들을 구경하기 쉽다.
기온의 변화에 따른 소리의 움직임이나, 손이 시려울때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방법이 떠오르기도 하고, 오늘같은 날에는 언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을 동반한 적절한 긴장감도 느껴볼 수 있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관객들 저 너머의 다른 사람들의 모습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무엇보다도, 고개를 쳐들면 밤하늘을 볼 수 있고 찬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며 재미있어할 수 있는 것이 좋았다. 아직 해보지 못한 것이 있는데,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 눈을 맞아 얼어가며 연주하는 야외공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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