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31일 금요일

비투스 대성당 앞에서.


함께 연주했던 분들과 기념 촬영.
각자의 분야를 놓고 보면 한 자리에 모일만한 인연이 없을 확률이 더 많은 사람들이었다.
비투스 성당 앞 광장은 아름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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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프라하 성에는 비가 내리던 낮에 버스를 타고 갔다가, 나중에 밤거리를 쏘다니던 끝에 마지막 지점을 삼아 한 번 더 들렀었다.
성에서 걸어 내려오면서, 지금처럼 관광객으로 가득하기 훨씬 전의 모습은 어땠을까 상상했었다. 강을 끼고 장사를 활발히 했었다고 들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가방에 봉지 커피를 한 다발 담아 갔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처럼 아무데나 가서 정수기의 더운물만 따라 마실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나빴다. 물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묵었던 호텔 안에 주전자가 마련되어 있지도 않았다. 물을 구입하여도 끓여 마시기 어려웠다.

프라하성의 대통령궁 옆 전망대에서 카푸치노를 얻어 마셨다. 아주 맛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체코를 떠날 때 까지 그곳의 카푸치노를 하루에 열 두 잔씩 사먹었다. 사진 속의 표정이 좋은 이유는 방금 마셨던 커피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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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 30일 목요일

오르골과 남자와 개.


거리에서 오르골 남자와 개를 보고 나는 혼잣말로, '개를 이용해 장사를 하는 모양이네.'라고 했다.
곁에서 걷고 있던 김혜란 님이 바로 잡아줬다. 그들은 개를 정말 친구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일상을 함께 하고 있는 것 뿐이라고 설명해줬다.
나는 부끄러웠다. 우리들의 대화를 듣지 못했겠지만 남자와 개에게 사과를 했다.

오르골을 들려주는 남자의 표정은 평화로왔고, 붉은 옷을 입은 개는 관광객들이 인사를 하고 쓰다듬어주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개와 남자는 오후 내내 저렇게 앉아 있었다.
그 모습이 평화로왔다.
나는 내 고양이가 무척 보고싶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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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닢


시내 곳곳에 고양이 캐릭터의 컵, 인형, 방석, 장난감, 문구류들이 가득 있었다.
함께 걸었던 사람들은 내가 고양이에 관련된 물건들을 잘 발견했던 것으로 알았겠지만, 사실은 너무 흔하게 볼 수 있었다. 특히 샴 고양이 캐릭터들이 유독 많이 있었다. 나는 매일 내 고양이 순이를 보고싶어 했다.
아침에 숙소 옆의 상점들을 구경하며 걷던 중에 개와 고양이 먹이를 파는 집 앞에 캣닢 보따리가 놓여 있는 것을 보았다. 아주 큰 봉지에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순이가 저것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 뒹굴며 좋아할 상상을 했다.
그런데 나는 저것을 사오지 못했다.
내일은 순이에게 캣닢을 꼭 사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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